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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간 응급실 찾다 사망한 고교생…"책임은 누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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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 연이어 발생…"지금은 누구도 책임 안 져" 비판
    응급실 뺑뺑이법 발의됐지만 의사단체 "응급실에 강제수용 시 환자의 피해는 불가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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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2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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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환자를 치료해줄 병원을 찾지 못하고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지속 발생하고 있지만 제도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응급실 뺑뺑이 방지 관련 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의사단체의 반발로 추진이 쉽지 않다.

    20일 소방본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전 6시17분쯤 부산의 한 고교에서 A군(18)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교사 신고로 오전 6시33분쯤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고 A군은 당시 의식이 있었으며 경련과 호흡 곤란 증상이 있었다. 구급대원은 A군을 구급차에 태운 뒤 이송할 병원을 찾았으나 수차례 수용을 거부당했다.

    병원들은 대부분 소아 신경과 관련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절했다. 1시간 가까이 시간이 흐른 뒤 A군은 심정지 상태가 됐다. 환자가 심정지 상태면 근처 병원은 환자를 수용해야 한다. 이에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지만 A군은 1시간여 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에 "의사가 생명에 대한 기본 윤리를 저버린 일"이라면서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면 입이 백개라도 할말이 없는 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경외과면 어떻고 응급의학과면 어떻고 일반의라면 어떻느냐"며 "식당이 최종 조미료 한 가지 없다고 밥을 안 주고 사람을 굶겨죽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은 또 있었다. 지난달 14일 오후 8시24분쯤 경남 창원의 한 횡단보도에서 60대 여성이 1톤 화물트럭에 치였다. 구급대원은 2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가까운 병원에서부터 100km 떨어진 대구까지 응급실 25곳을 알아봤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중환자는 수용이 어렵다거나 병상이나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처음 환자 의식은 명료했지만 이후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제야 한 병원이 그를 받아줬다. 처음 연락할 때 거절했던 병원 중 한 곳이었다. 사고 후 87분이나 지나서 겨우 병원 문턱을 넘은 환자는 치료 7시간 만에 결국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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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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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경 경제실천정의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사 과실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금은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이 발생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며 "그게 여태까지 방치돼왔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2019년 10월 새벽 심정지 상태에 4세 아이의 응급치료 요청을 거부해 응급실 뺑뺑이를 돌게 한 대학병원 의사는 지난달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의사는 "이미 심폐소생 중인 환자가 있다"며 진료를 거절했지만 수사 결과 해당 병원엔 위중한 환자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 국장은 "지금은 구급대가 병원에 수용 가능한지 계속 묻는 구조인데, 책임응급의료기관이 정해지면 119 구급대가 강제로 병원에 환자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책임응급의료기관에는 응급의사와 배후 진료 의사가 상시 배치되도록 하고 그를 위한 지원 방안이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방에서 복지부가 운영 중인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은 지역 병원과 네트워크 등이 형성돼 응급환자를 더 빠르게 병원으로 연계할 수 있다"며 "소방에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 접수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를 복지부령으로 정하고, 119가 전화로 수용 능력을 확인하는 규정 삭제하는 내용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용 불가 상황에는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사전 고지하도록 했다. 또 응급의료기관이 24시간 당직체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실 전담 당직 전문의 등이 최소한 2인 1조가 되도록 근무 체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응급환자의 최종치료를 위한 질환군별 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의사단체는 반발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실에서) 안 받는 것이 아니라 못 받는 것인데 모든 대책들이 마치 지금 안 하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며 "응급실에 강제수용 시 환자의 피해는 불가피하고 응급의료체계는 붕괴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강제수용 시도 중단 △중증환자 진료권 보장위한 경증환자 수요 억제조치 마련 △최종 치료 인프라 확충과 취약지 인프라 확충을 위한 계획 마련 △응급의료에 대한 민형사 면책조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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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119강제수용 입법저지와 '응급실뺑뺑이' 해결을 위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왼쪽 두번째) 등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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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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