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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점] 中·日 관계 악화, 산업·관광·공급망 전반으로 파장… 장기화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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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우 기자] [포인트경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 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계기로 중일 관계가 빠르게 악화하면서 외교적 긴장이 경제·사회·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양국 모두 발언 철회나 유화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 겹치며 갈등의 장기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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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중일 정상회담 장면/TBS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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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조되는 긴장… 거친 언사 오가며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국면

    다카이치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 사태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중국 측은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셰젠(薛剣) 주오사카 총영사는 SNS에 "그 더럽고 말도 안 되는 목을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잘라버릴 수밖에 없다"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됐고, 중국 외교부 계정은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지 말라"며 경고 메시지를 이어갔다.

    중국 내에서는 2025년이 '항일전쟁·세계 반파시즘전쟁 승리 8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대만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발언에 한층 예민하게 반응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일본 측 역시 높은 내각 지지율과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하면 발언을 후퇴시키기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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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수도공항의 중국국제항공기/아사히신문 갈무리(포인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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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수산물 반송·일본 여행 자제… 민간 경제 분야까지 영향

    외교적 충돌은 수산물·관광·문화 콘텐츠 등 민간 경제로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일본 농림수산성 관계자에 따르면 홋카이도산 가리비 6톤이 중국 항만에서 반송된 것으로 보이며, 약 700곳에 달하는 수출 관련 시설의 등록 절차도 중단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일본 수산업계에서는 "재등록 준비를 마쳤는데 상황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본 여행·유학·단기 방문에 대한 자제 요청을 발표했다. 중국 현지 매체는 일본행 패키지의 취소율이 60%를 넘었다는 보도를 내놓는가 하면, 일부 여행사는 "비즈니스 목적 방문이 많아 큰 혼란은 없다"고 설명하는 등 상반된 현장 목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개봉 연기, 아이돌 그룹 JO1 중국 이벤트 취소 등 문화산업의 영향도 이어지는 중이다.

    관광산업 비중이 큰 일본은 중국인의 장기적 방문 제한이 이어질 경우 경제 손실이 1조8천억엔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 내에서 외화 획득 규모 기준으로 관광 소비가 자동차 산업 다음으로 큰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산업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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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일본 관련 조치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장면/지지통신 갈무리(포인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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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영매체 '별도 계정'까지 분석… 중국 지도부 의중 파악 시도

    일본 언론은 중국 관영매체의 별도 SNS 계정을 분석하며 이번 사태의 성격을 해석하고 있다. 중국중앙TV(CCTV)의 한 계정은 다카이치 발언 직후 "중국 외교부가 새벽 2시56분 일본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고 전하면서 '奉示召見(봉시소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이 표현이 평소보다 수위가 높은 항의라는 점에 주목하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국가 정체성과 정권의 정통성, 그리고 시진핑 지도부의 성과를 상징하는 핵심 의제로 보고 있어, 이번 강경한 태도 역시 체제 내부의 정치적 고려와 맞물린 조치로 풀이된다.

    ■ 제조업과 의료 부문에도 리스크… 공급망 불안 가시화

    중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업과 의료 등 필수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기차·스마트폰·반도체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는 일본의 수입량 중 62.9%가 중국산이다. 2010년 센카쿠(댜오위다오) 충돌 당시 중국이 사실상 대일 수출을 중단하며 '희토류 쇼크'를 일으킨 사례가 있어 산업계의 우려는 적지 않다. 올해 4월부터 중국이 관련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제조 현장에서는 이미 공급 차질과 비용 상승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항균제 원료 대부분이 중국에서 공급되기 때문에 외교적 긴장이 심화될 경우 약품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항균제를 '특정 중요 물자'로 지정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공급망 구축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 반복되는 악화와 완화의 역사… 외적 요인에 따라 흐름 달라져

    중일 관계가 냉각되는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 2012년 센카쿠 국유화, 2023년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등에서도 양국의 갈등이 급격히 고조된 바 있다. 대규모 반일 여론이 형성되었지만, 이후 베이징 올림픽·상하이 엑스포 같은 국제 행사나 지도자 교체 등의 외적 요인으로 관계가 완화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2017년 한국과 중국 간 사드(THAAD) 갈등 당시에도 반한 여론은 높았지만 대규모 시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일본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서도 중국 정부가 SNS와 행정 통제로 여론을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2023년 일본산 수산물 전면 금지 이후 일본인 아동 피습 사건 직후 중국 정부가 수입 재개 방침을 발표했던 사례처럼, 중국이 필요에 따라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하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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