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20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댄 드리스컬 미국 육군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대통령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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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가 마련한 평화 구상안 초안을 전달받고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집단방위에 준하는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한 평화 구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상안에는 러시아에 유리한 조항이 다수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20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계획안 초안을 접수했다”며 “이는 외교적 노력을 재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현재의 외교적 가능성과 평화를 위한 핵심 요소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 육군장관 댄 드리스컬과의 면담에서 관련 초안을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후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와 미국 양측은 전쟁 종식을 위한 계획의 세부 사항을 마련할 것”이라며 “건설적이고 솔직하며 효율적인 협업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미국 측 문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종전 합의문 초안을 입수해 이날 보도했다. 이 문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나토의 집단방위 원칙(북대서양조약 5조)을 모델로 한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문건은 러시아의 “중대하고 고의적이며 지속적인 무력 공격을 대서양 공동체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 대통령이 즉각 동맹국들과 협의해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무력 사용부터 정보·물자 지원, 경제·외교 조치 등 다양한 조치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러한 안전 보장은 10년간 유지되고 상호 합의로 연장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문건은 앞서 알려진 ‘28개항 평화계획’과는 별개다. 미국이 제안한 ‘28개항 평화계획’에는 러시아가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확보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차단하는 내용 등 러시아 요구에 부합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역시 “신뢰할 수 있는 안전 보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별도의 문건에서 나토식 집단방위에 준하는 안전 보장 방안이 제시되면서 협상 관계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주목된다.
백악관은 해당 구상을 우크라이나와도 충분히 논의했다며 이 계획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주 여러 우크라이나 측 인사들과 만나 이 계획을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면 유럽은 이번 구상안을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한 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평화 협상 과정에 유럽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브뤼셀 외교이사회 회의 후 “EU의 입장은 변함없다. 어떤 평화안도 우크라이나가 지지해야 하고, 유럽의 지지도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정말 평화를 원했다면 이미 3월의 무조건적 휴전 제안을 수용했을 것”이라며 “EU의 계획은 명확하다. 첫째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것, 둘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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