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한은 등 ‘4자 협의체’ 구성
수익·외환시장 안정 ‘두 토끼’ 과제
고삐 풀린 환율, 잡을 수 있을까 2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설환전소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476원으로 게시돼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원 오른 1477.1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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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국민연금을 활용한 환율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가동했다.
국민연금이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달러 자산을 파는 ‘전략적 환헤지(외환 위험 방어)’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이 무리하게 개입하면 투자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4일 “기재부와 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과 함께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했다”면서 이날 첫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14일 이창용 한은 총재 등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국민연금 등 주요 수급 주체와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에 나온 조치다. 기재부는 “앞으로 4자 협의체에서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환율의 불안정성, 대내외 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민하게 대응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가 환율을 자극하고 있다고 판단, 향후 4자 협의체를 통해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안을 검토한다. 당장 4자 협의체가 검토할 방안으로는 국민연금 ‘전략적 환헤지’의 유연한 적용 등이 유력하게 꼽힌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란, 환율이 과거 장기평균을 일정 기간 넘는 경우 해외자산을 매도해 달러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해외 자산 매도·국내 주식 투자 확대’ 거론…무리한 개입 땐 역효과 우려도
국민연금 내부 규칙을 적용해, 해외자산의 10%까지 시행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매도한 달러를 시장에 내다팔면 달러 유동성이 늘어나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유연하게 환헤지 기준을 조정하는 등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올해 1월 초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가동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시점 전후로 환율이 20~30원가량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단기 고점을 확인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매도 의사결정이 빨라질 수 있어 과열된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개입 시 연말까지 환율이 1420원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환헤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한은 간 외환스와프 계약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직접 시장에서 달러를 사는 대신 한은이 보유한 외환을 활용하면 외환시장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미 재무부가 지난 6월 한국을 환율관찰국으로 재지정하면서 국민연금과 한은 외환스와프 한도 증액을 문제 삼아 한국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14.9% 수준인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국민연금이 매년 수십조원 규모로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면서 달러 수요를 높여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이 무리하게 개입하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수익률 저하 또는 국내 투자 손실 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투자 비중을 늘릴 경우) 국내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해외보다 규모가 작아 변동성이 크고 수익화 때 손해를 볼 가능성도 커진다”면서 “단기적인 환율 안정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정공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5원 오른 1477.1원에 마감,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2거래일 연속 1470원대를 기록했다. 한국의 실질 실효환율 지수는 10월 말 기준 89.09로, 한 달 전보다 1.4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세훈·박상영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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