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합동 감식에 나선 경찰 관계자들이 불에 탄 건물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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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충남 천안 이랜드 패션 물류센터가 1개월 전 실시한 법적 의무 소방시설 점검에서 다수의 불량 사항을 지적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이랜드 패션 통합 물류센터의 ‘소방시설 자체점검 실시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물류센터 곳곳에 약 30건에 달하는 불량 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센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으로 구성돼 있고 면적이 19만3210㎡(축구장 27개 규모)에 달한다. 점검은 9월 22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진행됐고 소방시설관리사 등을 포함해 하루 6~7명의 점검 인력이 투입됐다. 점검은 이랜드 측이 민간 소방시설 관리업체인 ㈜제이에스방재에 의뢰해 진행됐다.
지적 사항은 소화·경보·피난 설비 불량 등 약 30건에 달했는데, 이 중엔 화재 경보 즉시 소화수를 분사하는 장치인 프리액션밸브 등 초기 진압 및 대피와 관련된 설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내용도 적잖았다. 구체적으로 건물 4층의 10번 프리액션밸브는 세팅 불량으로 인해 잠김 상태였다. 또 4층 11번 프리액션밸브는 보온 조치가 안 된 상태였고, 3·4번 밸브는 압력계가 불량이었다. 1층의 3번 밸브는 중계기 출력이 없어 ‘연동 불량’ 상태였다. 이외에도 2층 구내식당 앞 소화전이 적재물로 막혀있었고, 피난 유도등 불량(4층), 경보기 불량(지하 1층), 열 감지기 불량(2층) 등의 문제도 적발됐다.
지난 21일부터 현장 감식 중인 경찰이 폐쇄회로(CC)TV 상 가장 먼저 불꽃이 확인된 건물 3층을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 중인 가운데, 3층에 대한 지적사항도 일부 있었다. 점검업체는 3층과 관련된 내용을 결과지 3장 분량에 나눠서 ‘소화전 쪽에 투척용 소화기가 없어 비치 요함’, ‘5·6번 프리액션밸브 불량으로 인해 정비 요함’, ‘17·21번 소화전의 중계기 불량으로 인해 정비 요함’, ‘중형 거실 통로 유도등이 미점등 상태여서 교체 요함’이라고 적시했다. 현재는 건물 3층 동편 일부가 무너졌고 추가 붕괴가 우려돼 감식을 위한 진입이 어려운 상태다.
15일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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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측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달 29일 천안 동남소방서에 “11월 27일까지 미흡한 부분 등에 대해 이행조치를 완료하겠다”고 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 기간에 화재(15일)가 발생했다. 소방시설 점검은 자격을 갖춘 전문기관이 시설을 대신 점검하는 제도이고, 시설 관리자는 점검에 따른 이행조치 계획서를 관할 소방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를 두고 “점검 사항만 빠르게 조치했어도 피해를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세진 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화재는 작은 이유로도 일어나는 데다 물류센터 특성상 언제든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즉각적인 이행 조치를 했다면 불길이 다른 층으로 번지기 전에 큰 불길이라도 잡을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이랜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적 사항 대부분이 ‘감지기 불량’ 등 화재의 발생 원인과는 거리가 먼 사항들”이라며 “화재 발생 시 경보 알람 등은 문제없이 제대로 동작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있는 물류 센터의 기본적인 소방 인프라부터 알람 시스템까지 설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영업적인 대응 뿐 아니라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배송지연 관련 공지. 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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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화재로 인해 물류센터가 전소시키는 등 재산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물류센터엔 의류·신발 등이 1100만개 넘게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이날도 이랜드 산하 브랜드들은 공식몰 등을 통해 “예기치 않은 물류센터 운영 차질로 배송이 지연되거나 일부 주문이 취소될 수 있다”는 공지를 계속하고 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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