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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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를 보니 우리 집은 안전한지 걱정이에요."
지난 26일 홍콩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로 인해 한국에서 아파트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아파트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데다 고층 아파트가 늘어나는 추세라 화재 시 대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 화재는 매년 비슷한 빈도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아파트 화재 발생 건수는 총 2592건(10월 31일까지)으로 37명이 사망하고 338명이 부상을 입었다. 올해 사상자 수는 최근 5년 새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3193건의 아파트 화재가 발생해 28명이 숨지고 335명이 부상을 입었다.
고층 아파트도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25층 이상 아파트 동 수는 2013년 8268곳에서 2023년 2만1033곳으로 늘었다. 고층에 거주하는 가구 수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2023년 전국 아파트 1167만7591가구 중 15층 이상에 거주하는 가구 수는 896만1367가구다. 4가구 중 3가구가 15층 이상에서 거주하는 셈이다. 여기에 주상복합아파트까지 감안하면 고층에서 거주하는 사람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고층 아파트 화재는 수차례 발생했다.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주거형 오피스텔인 우신골든스위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4층에서 발생한 불은 외벽 마감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순식간에 38층까지 번졌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 사다리차가 16층 높이 정도밖에 올라가지 못했던 탓에 진화 속도가 더뎌지면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0년 10월에는 울산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106억원가량의 재산 피해가 났다. 화재 발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강풍으로 인해 33층 건물 외벽 전체로 불이 번지면서 피해가 더욱 커졌다. 같은 해 12월 경기 군포의 한 아파트에서는 12층 리모델링 도중 화재가 발생하면서 사망자 4명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번 홍콩 아파트 화재처럼 주위로 불이 빠르게 번지는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한국은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 30~49층 건물에 대해 건축법에서 내부 구조나 설비 등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홍콩과 달리 불에 잘 견디는 내화 구조로 설계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홍콩 화재는 동 간격이 좁아 옆 동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은 동 사이 거리, 내화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이런 방식으로 확산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소방청에서는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고, 화재 경각심도 커지는 만큼 '아파트 맞춤형 매뉴얼'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방청이 2023년 말 배포한 '아파트 화재 피난안전대책 개정 매뉴얼'에 따르면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길, 연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현관을 통해 대피할 수 있다면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이나 옥상 등으로 대피해야 한다.
현관 입구의 불길, 연기 등으로 대피가 어렵다면 대피 공간이나 경량 칸막이, 하향식 피난구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해 대피하거나 욕실로 이동해 대기하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 소방청은 욕실 수도꼭지를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화염으로 대피가 어려우면 문을 닫고 젖은 수건 등으로 틈새를 막고 집 안에서 대기하며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석환 기자 / 이소연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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