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모스크바에서 회담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오르반 헝가리 총리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 일원이지만 친러시아 성향을 노골화하며 EU와 엇박자를 내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모스크바를 찾는다고 AFP,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오르반 총리는 2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에서 만나 러시아산 원유·가스를 공급받는 방안과 우크라이나 종전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주도의 우크라이나 평화계획이 논의되는 민감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동 계획을 공개하면서 "올 겨울과 내년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헝가리가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간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평화 노력도 의제에 포함되냐는 질문에 "그것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푸틴 대통령이 오르반 총리를 접견하는 일정을 확인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전했다.
EU에서 러시아에 가장 우호적인 헝가리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며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 줄인 EU 전체 기조에 따르지 않고 여전히 러시아 가스와 원유를 대량 수입한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가 국제 시세에 비해 싼 러시아 에너지를 공급받는 덕분에 헝가리 국민이 유럽에서 최저 수준의 에너지 가격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헝가리 외교부에 따르면 헝가리가 올 들어 러시아에서 수입한 원유는 850만t, 천연가스는 70억㎥에 달한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고전이 예상돼 물가 안정이 절실한 오르반 총리는 이달 초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에 대해 1년간 예외를 허용받기로 했다.
러시아에 종전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등의 러시아산 원유 구입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 역할을 한다며 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해왔다.
오르반 총리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산된 부다페스트 미·러 정상회담을 재고해 줄 것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러 정상은 당초 지난달 말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하면서 불발된 바 있다.
오르반 총리는 2010년 권좌에 복귀한 이래 15차례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두 정상의 이번 만남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로만 따지면 4번째가 된다.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EU의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등 EU의 굵직한 정책에 잇따라 반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해에는 헝가리가 EU 순회 의장직을 맡자마자 자칭 '평화 임무'를 주장하며 모스크바로 날아가 푸틴 대통령을 만나 EU 집행부와 다른 회원국들의 격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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