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녹색 그라운드의 야생마’로 활약했고, 올 9월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김주성 씨는 2005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동아마라톤대회에서 42.195km를 처음 완주했다. 당시 마라톤을 완주하기 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운동부하검사와 운동체력, 건강체력검사에서 합격점을 받았고(왼쪽 사진), 풀코스를 여유 있게 완주했다. 동아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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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부산 대우를 최강으로 이끌고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해 보쿰에서 뛴 축구스타 출신. 1986 멕시코, 1990 이탈리아, 1994 미국 월드컵에 출전했고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72경기 출전, 10골을 기록했다. 1988년부터 3년 연속 아시아축구기자연맹 선정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던 그는 1999년 은퇴한 뒤 축구행정가로 나섰다.
김 씨는 최고의 축구 선수였지만 당시 5년간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해 1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대회에 대비해 아프리카 팀을 분석하러 출장을 갔을 때도 운동화를 준비해 가 뛰었을 정도로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몸 만들기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김 씨는 풀코스를 완주하기 전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를 찾아 몸 상태를 정밀 체크해 풀코스를 뛸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운동부하검사(심장이 어느 정도의 운동 강도를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와 운동체력, 건강체력검사를 받은 결과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그리고 완주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여자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선수들이 수영 다이빙하는 모습. 파리=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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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월 15일 열린 2025 통영 월드 트라이애슬론컵 대회에서 40대 동호인이 수영 테스트 도중 사망했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이날 사고 이후 홈페이지에 대회 취소를 알리는 글을 올리고 “초보자 수영 테스트 중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 한 분의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된 사실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최근 마라톤대회를 비롯해,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트레일러닝 등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동아마라톤을 비롯한 메이저 마라톤대회는 3만 명 모집 참가 신청이 10분 만에 끝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자기 몸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달리면 불상사를 당할 수 있다. 2018년 8월부터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을 쓰면서 강조해 왔는데 다시 한번 내 몸 상태를 제대로 아는 방법을 전한다.
2023 뉴욕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이 달리는 모습. 뉴욕=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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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건강하다고 속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한때 건강했다고 해서 계속 건강하다는 보장도 없다.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는 게 자연의 섭리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를 생각하고 무작정 스포츠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게 스포츠 상해나 사망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운동을 시작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큰 외부 자극 없이 운동하다가 갑자기 사망한다면 대부분 심장이 원인이다. 뇌 출혈 등도 원인이지만 사망하는데 심장병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인간은 20대 초에 체력을 최고점을 찍고 이후 서서히 약화된다. 순발력 지구력 등 체력은 물론 근육도 빠져 나간다. 의학적으로 30대 중반 이후에는 새로 생기는 세포보다 죽는 세포가 더 많다.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체력 저하는 30대, 40대, 50대, 60대…. 10년 단위로 떨어지는 폭이 더 크다. 그리고 운동에 가장 중요한 심장도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한 걷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걷는 모습. 동아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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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본적인 걷기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 점점 운동의 강도를 높여가는,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을 위해선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 없다. 자세만 바르다면 몸에 크게 스트레스(부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걷기가 좋은 운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신체에 아주 가벼운 스트레스를 가하기 때문에 체내의 반응도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를 비롯해 사이클(로드 및 MTB), 축구, 농구 등 과격한 스포츠를 즐기려고 할 땐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물론 전문가의 진단 없이도 스포츠를 맘껏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만에 하나 ‘내가 불행의 주인공’이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따라서 반드시 격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스포츠과학에 따라 자기 몸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해 주는 운동부하검사를 받아 신체가 특정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과학에 운동부하검사와 운동처방이라는 것이 있다. 신체가 운동 강도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게 운동부하검사고, 이 결과에 따라 적당한 운동을 제시해주는 게 운동처방이다.
마라톤 대회에서 주자들이 달라는 모습. 동아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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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처방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병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기본적인 신체 검진(신체구성, 심박수, 혈압)을 한다.
2. 운동부하검사(신체 특히 심장이 어느 정도의 운동 강도를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를 실시한다.
심전도(ECG)를 체크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뒤 트레드밀(러닝머신)이나 에르고미터(고정식 자전거)에서 운동의 강도를 높이며 심장의 상태를 점검한다. 운동 강도(심박수로 측정, 보통 분당 180회가 최대 운동 강도)에 따라 심장의 반응을 알아본다. 이때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 허혈, 부정맥, 혈압이상 등이 나타나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버틸 수 있는 최대 운동 강도가 분당 심박수 120이 안될 경우엔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실시하는 국민체력100 프로그램에 따라 시민들 체력을 측정해 운동처방을 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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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초체력 테스트를 한다. 운동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체력이 있는데 심폐지구력, 유연성, 근력, 근지구력 등 건강 체력과 민첩성, 순발력, 평형성 등 운동 체력으로 나뉜다.
4. 신체의 구성 및 의학적 검사를 실시한다. 지방 분포와 근육의 양, 골격의 상태 등을 알아보고 혈액 검사를 통해 적혈구 백혈구의 수치,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수치 등을 알아본다. 질병의 유무도 확인한다.
5. 이밖에 남녀노소, 체중, 신장 등의 차이에 따른 자세한 운동 능력을 테스트한다.
이 과정을 모두 마치면 몸 상태에 대한 종합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운동처방사는 이를 토대로 피검자에게 적당한 운동방법과 양을 처방하게 된다. 검사과정은 꼭 초보자만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도 받아보면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이미지 이미지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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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년 이후 운동에 문외한이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할 때는 꼭 운동부하검사를 받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초보자보다 베테랑들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초보자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만두거나 병원을 찾는데 베테랑은 ‘이러다 말겠지’ 하며 무시하다 불상사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몸이 아무리 튼튼해도 무리하면 이상이 오는 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말은 운동의 베테랑이라 해도 절대 몸 상태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운동하다 가슴이 답답해지나, 어지러움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 바로 멈춰야 한다. ‘뭐 이러다 말겠지’라고 달리면 불상사로 이어진다. 너무 덥거나, 추울 땐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요즘 각 종합병원엔 스포츠재활 혹은 스포츠건강클리닉이란 과가 따로 있고, 대부분 운동부하검사 및 처방을 해주고 있다. 사설 스포츠건강클리닉에서도 운동처방을 해준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국민체력100 프로그램에서도 해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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