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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일회용 컵·그릇 뒤덮던 장례식장, 요즘 다회용기가 늘어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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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10월부터 다회용기 도입

    사흘간 8개 나오던 100ℓ 쓰레기봉투 1~2개로 줄어

    “음식도 더 정갈해 보여 조문객·상주 모두 만족”

    헤럴드경제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는 음식들이 다회용기에 담겨 있다. [중앙보훈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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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일회용 국그릇에 담긴 육개장, 맛있어서 먹나요? 그냥 먹는 거죠.”

    장례식장을 찾게 되면 마주하는 음식들. 주로 육개장, 편육, 떡, 전 등이다. 그런데 이런 음식들은 주로 플라스틱 일회용 그릇이나 접시에 담겨 나온다. 망자와 유족에 대한 위로의 자리라 맛있는 음식을 바라고 가지는 않지만 일회용 그릇에 담긴 음식에 선뜻 손이 가지 않기 마련이다. 더구나 이런 일회용품 사용은 불필요한 쓰레기를 배출하는 주범이 되곤 한다. 이에 장례식장에도 일반 식당처럼 다회용기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방문한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는 총 13곳의 빈소 중 4곳의 빈소만 사용되고 있었다.

    조문객을 맞이하는 분향소는 여느 장례식장과 같았지만 바로 옆 식사를 하는 공간은 다른 장례식장과 차이가 있었다. 다른 장례식장은 비닐이 깔린 식탁 위에 일회용 접시에 담긴 음식들이 준비됐지만 이곳에는 식탁보 비닐이나 일회용 그릇·수저·컵 등이 보이지 않았다.

    김지환 중앙보훈병원 원무1부 행정과장은 “지난 10월 27일부터 장례식장 모든 빈소에 다회용기를 도입했다”며 “전에는 손님이 간 뒤 밑에 깔린 비닐로 남은 일회용품들을 한 번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리곤 했다”고 말했다.

    이전에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하는 3일 동안 배출되는 쓰레기봉투는 평균 8장(100ℓ 기준)이었다. 하지만 다회용기를 도입한 뒤 같은 기간 나오는 쓰레기봉투는 1~2개 정도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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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빈소 옆에 다회용기 박스가 준비돼 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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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측은 다회용기 사용으로 폐기물 처리 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과장은 “2024년 기준 총 1196건의 빈소 사용으로 나온 쓰레기 배출량이 191톤이었다”며 “다회용기 도입으로 70% 정도, 약 134톤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약 3400만원의 처리 비용 절감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상주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중앙보훈병원은 서울시와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 협약’을 체결해 다회용기 세척·배송업체에 지급하는 비용 전액을 서울시에서 지원받고 있다. 상주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비용 부담 없이 다회용기로 조문객을 맞이할 수 있다.

    실제 병원이 시범사업 기간 실시한 고객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이 ‘다회용기 사용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한 조문객은 “나도 장례를 치른 경험이 있었는데 당시 많은 일회용품을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않고 버렸던 기억이 있다”며 “제대로만 관리된다면 다회용기가 음식 맛도 그렇고 환경 측면으로도 일회용품보다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병원 장례식장에 다회용기가 도입된 건 2023년부터다. 당시 전국 최초로 서울의료원이 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한 이후 지난해 시립동부병원과 서울보라매병원이 다회용기를 쓰기 시작했다.

    공공기관 장례식장과 더불어 민간병원인 삼성서울병원도 지난해 7월 시범 도입 후 올해부터 모든 빈소에 다회용기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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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회용품 그릇에 담겨 있는 장례식장 음식들. [중앙보훈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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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병원들은 다회용기 도입 후 쓰레기 배출량이 기존보다 평균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들 장례식장 4곳, 총 50개 빈소에서 약 201만 인분의 다회용기를 공급해 약 523톤(100ℓ 종량제봉투 약 3만장)에 달하는 일회용 쓰레기를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장례식장에서는 매년 약 2300톤(연간 국내 총 일회용 접시 배출량의 약 20%)의 일회용품이 배출되고 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규모가 큰 종합병원 장례식장을 중심으로 다회용기 도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장례식장 일회용품 감량 정책을 더욱 폭넓게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며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병원들에도 적극적으로 다회용기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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