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효과 적고, 조선업 경쟁력 약화 우려
내국인 숙련공 확보·산업 구조 개선 시급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이 1일 동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업종 청년 고용 확대를 촉구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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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호황에도 내국인 고용은 좀처럼 늘지 않는 반면 외국인 노동자 의존은 갈수록 심화되자 울산 동구와 경남 거제시가 정부에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외국인 확충이 단기적으로 인력난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소비 등 경제적 효과가 적고, 기술력 약화와 지역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은 1일 동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업 중심 지역인 경남 거제시와 노동계 등에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공동 행동을 제안했다. 그는 “조선업은 호황기에 접어들었지만 현장 인력은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5년 체류의 외국인 인력으로는 숙련 노동자를 키우기 어렵고, 인건비 절감 경쟁에 매몰된 하청 중심 충원 방식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지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 도입 확대 정책이 청년들의 지역 이탈을 가속화하고, 지역 소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조선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청년 고용을 늘리고, 미래 기술 인력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울산형 광역 비자를 통해 입국한 베트남 출신 근로자 49명이 울산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울산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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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도 외국인 고용 확대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동구 지역 조선업체에는 약 8,300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향후 조선업 상시고용 인원의 50%까지 외국인 노동자가 도입될 경우 약 1만 2,5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주민들은 최근 외국인 노동자 확대에 반대하는 6,500명의 서명을 고용노동부와 울산시에 전달하고, 내국인 숙련공들의 노동환경과 원·하청 구조 개선 등을 촉구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양대 조선소를 둔 거제시도 대응에 나섰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달 24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외국인 노동자 쿼터 축소, 조선산업기본법 제정, 내국인 채용 확대 등 지역 현안을 건의했다. 조선업이 활황기를 맞았음에도 지역경제 회복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2016년 25만 7,000여 명이던 인구는 감소해 23만 명 선이 위협받고 있고, 실업률은 올 9월 기준 3.4%로 전국 평균(2.1%)을 웃돌고 있다.
변광용(왼쪽) 거제시장은 지난 24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외국인 노동자 쿼터 축소, 조선산업기본법 제정, 내국인 채용 확대 등 지역 현안을 건의했다. 거제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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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는 조선업 호황이 지역경제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핵심 원인으로 외국인 노동자 중심의 인력 구조를 지목했다. 지난달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속 외국인 유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지방의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국인 유입 정책은 지역경제 구조 개선과 함께 추진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만 늘릴 것이 아니라 내국인 인력 확보와 산업 구조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관내 외국인 인구는 2021년 5,400여 명에서 약 1만 6,00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지역 정착과 주거,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내국인 숙련공 중심의 안정적 인력 구조를 마련하고, 외국인 쿼터 배정 시 지자체와의 사전협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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