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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나토 외무장관들 “푸틴, 평화 원치 않는다는 점 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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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프랑스 유럽 담당 장관 벤자민 아다드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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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종전 의지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담 전 기자들에게 “(푸틴은) 협상하려는 실질적인 의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그는 유럽과 유럽·대서양(나토) 안보가 계속 약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우리의 방어 태세를 시험하고 우리의 동맹을 저해하기 위해 분열을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교장관은 “푸틴은 전쟁을 고조하려 한다”며 “푸틴은 허세와 유혈사태를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와 공정하고 지속적인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유럽 및 나토의 안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르쿠스 싸흐크나 에스토니아 외교장관도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푸틴이 경로를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전장에서 더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그가 어떤 종류의 평화에도 이르길 원치 않는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엘리나 발토넨 핀란드 외교장관은 “현재까지 침략자인 러시아 쪽에서 어떤 양보도 하지 않았다”며 “신뢰 구축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전면적인 휴전으로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해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전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의 회담 내용은 양측이 비공개하기로 했지만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 문제 등 핵심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렘린궁은 이 협상에서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종전안 중 일부만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협상에 앞서 한 투자 포럼에서 참석해 “유럽이 우리와 싸우고 싶어 하고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준비가 돼 있다”며 유럽을 겨누기도 했다.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면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 국가들을 스스럼없이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최근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본부가 위치한 브뤼셀 등 서유럽에까지도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되는 드론들이 시시때때로 출몰하는가 하면 사보타주(파괴 공작)도 빈번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장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내년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는 데 필요한 무기 조달을 위해 나토 회원국들이 매월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이상을 미국산 무기 구매 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며 회원국들의 추가 기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뤼터 사무총장은 또한 “우크라이나의 우방국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유지되도록 군사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화 회담이 진행 중인 것은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회담이 개최된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 우크라이나가 전투를 계속 이어가는 한편 러시아에 반격할 수 있는 최대한 강력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캐나다, 독일, 폴란드, 네덜란드는 미국산 무기를 사들여 우크라이나에 기부하기 위해 4개국이 합쳐 수억 유로를 쓸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임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미국산 무기의 우크라이나 직접 기부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직접 팔거나 나토 동맹국에 사게끔 하는 방식으로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나토의 중심축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했던 미국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미국이 지금까지 너무 많은 부담을 짊어졌다며 나토 동맹국들에 국방비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나토를 홀대하는 기류를 반영하듯 이번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대신 크리스토퍼 랜도 부장관이 참석했다.

    앞서 뤼터 사무총장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루비오 장관과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며 그동안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 미국 외교 수장의 불참에 대해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안을 비롯해 미국 주도로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군사 억지력 강화 방안 등 현안이 논의됐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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