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금)

    이슈 이태원 참사

    “듣고 싶지 않습니다!”…이태원참사 2차가해자 ‘법정 변명’에 유족들 항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2022년 12월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광장에 설치한 ‘시민분향소’에서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인 조미은씨가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판사님.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



    4일 오후 4시께 서울서부지법 법정에선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로 아들(고 이지한)을 잃은 조미은(53)씨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호소가 울려퍼졌다. 고인과 조씨를 2차 가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여성 이아무개씨가 ‘본인도 아픈 아들을 두고 있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생활이 힘들다’는 취지로 한동안 변명을 늘어놓으면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반정우)는 이날 명예훼손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의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씨는 2022년 12월19·25·27일과 2023년 2월4일 서울 용산구에 차려진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에서 “시체팔이를 해도 니네 집 앞에 가서 해”, “저것들 가짜 부모야”, “이지한이 사망자 명단에 없는데 왜 쌩쑈냐” 등의 2차 가해를 반복적으로 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조씨는 이날 직접 피해자 진술을 하기 위해 법정에 섰다. 그는 “피고인은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주변에 설치된 신자유연대 천막에 매일 같이 와 유가족을 향해 고성과 욕설을 퍼부었다”며 “그날의 일들은 마치 어제 일어난 일인 듯 지금도 뚜렷하며, 눈을 감으면 환청이 들릴 만큼 현재까지도 저를 괴롭힌다. 자식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절대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울먹였다. 이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누군가 당시 상황이 찍힌 영상을 편집해 저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고, 인터넷 상에서 저는 온갖 조리돌림과 욕설, 혐오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비상식적 2차 가해를 마치 당연한 사회 현상처럼 굳어지게 만들 것”이라며 “1심보다는 엄한 처벌이 내려져야 또 다른, 어쩌면 당장 내일 있을지도 모를 2차 가해를 멈출 수 있다. 부디 더 큰 비극을 낳을 수 있는 2차 가해자들의 악행에 용기를 주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피고인 이씨는 “나도 죽음을 앞둔 아들을 키우고 있어, 정신이 너무 안 좋고 생활도 힘들다”며 “당시 유튜브가 나를 따라와서 ‘지한이는 안 죽었어’라고 했다. 모든 걸 사죄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나자 법정에 온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이씨에게 “사죄가 아니라 변명이네”, “우리가 그러지 말라고 얼마나 말렸냐. 이제 와서 무슨 변명이냐”고 항의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끝나지 않은 심판] 내란오적, 최악의 빌런 뽑기 ▶

    내란 종식 그날까지, 다시 빛의 혁명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