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컨트롤 조직 신설…신유열 지휘
조직 안정화·미래 사업 속도전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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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지난 9년간 이어온 '새 컨트롤타워' 실험을 접습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6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헤드쿼터(HQ) 체제를 전면 폐지하고 계열사 중심의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키로 했습니다. 대신 롯데지주가 '전략컨트롤' 조직을 신설하며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합니다. 2017년 비즈니스유닛(BU) 체제 도입에 이어 2022년 HQ 체제로 전환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지만 결국 지주사 중심의 그룹 관리 체제로 다시 돌아가는 셈입니다.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롯데그룹의 조직 실험은 2017년 1월 BU 체제 도입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롯데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큰 혼란을 겪은 직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너가의 비리 등 불투명한 경영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그룹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죠.
무엇보다 '정책본부'의 역할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정책본부는 신동빈 회장이 2004년 그룹 경영관리본부를 확대 개편하면서 신설한 조직입니다. 계열사 관리와 신사업 추진, 그룹 경영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셈이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10월 5일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찾아 지난 3월 준공 후 본격 가동에 들어간 ADC 생산시설을 시찰하고 있다. / 사진=롯데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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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정책본부장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맡았습니다. 2011년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신 회장은 정책본부를 이끌며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화학회사 타이탄(현 LC타이탄) 등을 인수하며 롯데그룹을 성장시켰습니다. 신 회장이 회장에 취임한 후에는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정책본부장을 맡았습니다.
BU 전환 직전의 정책본부는 산하에 운영실, 국제실, 개선실, 홍보실, 인사실, 지원실 등 7개의 실을 두고 총 200여 명의 인력을 운영했습니다. 그룹 총수 외에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막강한 조직이었습니다. 단순히 계열사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업무에 관여하거나 지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계열사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거셌죠. 특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롯데그룹 경영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책본부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시너지는 냈는데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글로벌 컨설팅회사 매킨지에 자문을 의뢰했습니다. 이 때의 자문을 바탕으로 나온 결정이 정책본부 축소와 BU 체제 도입이었습니다. 롯데그룹은 2017년 2월 정책본부를 경영혁신실과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분리했습니다. 7개 실을 4개 팀으로 줄이고 인력도 30% 가량 축소했습니다.
대신 90여 개 계열사를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4개 사업군으로 묶고 각 사업군마다 부회장급 'BU장'을 배치했습니다. BU장은 해당 사업군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계열사 간 협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의사결정 구조도 '회장-정책본부-계열사'에서 '회장-4개 BU-계열사'로 단순화 했습니다.
BU 체제는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냈습니다. 과거에는 다른 계열사의 협조 요청에 소극적인 '조직 이기주의'가 있었다면, BU로 묶인 후에는 '하나의 팀'이라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같은 사업군 내 계열사들이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자원을 공유하는 사례도 늘어났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인도 푸네시에서 하브모어 신공장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롯데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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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BU 체제도 곧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실행력 부족'이었습니다. BU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에 그쳤고, 재무와 인사 같은 핵심 기능은 여전히 각 계열사에 남아있었습니다. 계열사 의사결정 과정에 거쳐야 할 단계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그룹 내 사업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2017년 10월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습니다. BU 위에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지주까지 생기면서 '옥상옥' 구조가 돼버린 겁니다.
그래서 롯데그룹은 2022년 BU보다 실행력을 더욱 강화한 HQ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HQ는 BU처럼 계열사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의 역할을 맡으면서 동시에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유했습니다. 동일 사업군 내 계열사끼리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 거죠.
하지만 HQ 체제도 BU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HQ 위에 지주가 존재하는 옥상옥 구조가 여전했기 때문입니다. 계열사가 신사업을 추진하려면 HQ 검토를 거쳐 지주 승인까지 필요하다보니 신사업 추진 속도가 느려진다는 지적이 계속됐습니다.다시 지주사 중심으로
롯데그룹은 결국 HQ 체제를 점차 축소하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7월 이완신 전 호텔군 총괄대표가 사임한 후 신임 총괄대표를 선임하지 않고 호텔HQ를 축소했고요. 2022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으로 롯데웰푸드가 출범한 후 식품군HQ 역시 조직이 점차 축소돼왔습니다.
결국 롯데그룹은 최근 정기임원인사와 함께 HQ 체제를 전면 폐지했습니다. 이제 롯데그룹의 각 계열사는 대표와 이사회 중심의 자율 경영과 책임 경영에 집중하게 됩니다. 다만 롯데 화학군은 사업군 통합 형태의 조직을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구조조정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프로젝트 단위로 협력 조직을 유지하기로 한 결정으로 풀이됩니다.
HQ가 사라진 그룹 컨트롤타워 자리는 롯데지주가 채웁니다. 중간 단계를 걷어내고 지주가 계열사를 직접 관할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셈입니다. 롯데지주는 고정욱 사장과 노준형 사장이 공동대표이사를 맡아 각각 재무와 경영관리, 전략과 기획 등 두 파트로 나눠 조직을 운영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4 하반기 롯데VCM(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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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롯데지주에는 '전략컨트롤' 조직이 새로 만들어집니다. 이 새로운 조직을 이끌 인물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입니다. 그룹의 사업 방향 설정과 신사업 추진, 기존 사업 재편을 담당할 조직으로, HQ 해체로 생긴 전략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주목할 점은 신 부사장이 신설된 전략컨트롤 조직을 맡는 것이 신동빈 회장의 경력과 닮았다는 점입니다. 신 회장은 2004년 정책본부 초대 본부장을 맡으며 사실상 그룹을 진두지휘했습니다. 2011년 회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정책본부를 통해 회장 승계를 준비한 셈이죠. 이제 신유열 부사장도 전략컨트롤 조직을 통해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여기에 신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계열사 경영 일선에도 나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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