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세관 회의실에서 열린 ‘2025 마약밀수 특별대책 추진단 회의’ 현장. 중앙 대형 화면을 배경으로 이명구 관세청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으며, 양측 테이블에는 단속·통관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배석해 국경 단계 차단 전략과 국제공조 성과를 논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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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통과하기도 전에 마약을 걸러내겠다는 관세청의 구상이 전면적인 실행 청사진으로 공개됐다.
적발량이 기록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단속 방식을 땜질하듯 손보는 수준이 아니라, 국경단계 정보체계와 검사 방식을 통째로 갈아엎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2025 마약밀수 특별대책 추진단 회의’를 마친 뒤 참석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 가운데 이명구 관세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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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은 5일 서울세관에서 이명구 관세청장 주재로 '2025년 마약밀수 특별대책 추진단 회의'를 열고, 올해 적발 동향과 국제 공조 성과를 점검한 뒤 새 '관세청 마약단속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회의에는 본청과 전국 세관 조사·통관 책임자 20명이 참석해 주요 반입 경로와 출발국, 품목별 위험도 변화를 공유했다.
올해 10월 말 기준 관세청이 국경에서 잡아낸 마약은 1032건, 2913kg에 이른다.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고, 중량은 3배를 훌쩍 넘는 384% 증가로 역대 최대 규모다. 최근 몇 년간 600~700kg 수준을 오가던 적발량이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연도별 마약단속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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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별로는 중남미발 대형 밀수 사건의 영향으로 코카인 중량이 급증했고, 필로폰과 케타민, 다양한 향정신성 의약품도 계속 적발되고 있다. 출발지는 여전히 동남아가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가운데, 캄보디아와 라오스발 우범 화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반입 경로에서는 항공 여행자를 통한 반입이 건수와 중량 모두 큰 폭으로 늘었고, 특송화물은 건수는 증가했지만 중량은 줄어드는 등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관세청은 이런 흐름이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보고, 국경단계에서 정보 수집·분석·검사 방식을 전면 재설계하는 종합대책을 꺼냈다. 축은 다섯 가지다.
관세청 마약단속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이명구 관세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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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흩어져 있던 마약 관련 정보를 한데 묶는 '위험정보 통합관리 체계' 구축이다. 법무부·외교부·대검찰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더해 국방부 군 마약사범 정보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 과다처방자 정보까지 끌어와 하나의 마약정보센터에서 통합 관리한다. 여기에 EU 국적 항공사의 승객예약자료(PNR), 마약 원료물질 제조정보 등 민간 데이터까지 결합해 여행자·특송·원료물질 전 경로를 한 번에 분석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둘째 반입 경로별 빈틈 메우기다. 인천공항 일부에 적용하던 'Landing 125' 우범항공편 일제검사를 모든 터미널로 넓히고, 법 개정을 통해 마약 은닉이 의심되는 여행자에 대한 신체 검색 근거도 명확히 한다. 여객터미널에서 활동하는 마약탐지견 투입 횟수도 하루 12회에서 16회로 늘린다. 특송·국제우편의 경우 우범국 화물에 전용 반입창구와 전담 검사대를 두고, X레이 판독 시간을 기존 3초 안팎에서 7초 이상으로 늘려 정밀 판독을 보장한다.
컨테이너 수입화물에는 2단계 마약검사가 도입된다. 부산·인천·평택 등 주요 항만에는 마약 전담 특별검사팀(NICE팀)을 새로 꾸려 마약 공급국에서 들어오는 위험 화물을 집중적으로 뜯어본다. AI X레이를 활용한 1차 자동 선별 뒤, 전담 판독 인력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이중 판독' 시스템도 전 경로로 확대한다. 선박에 대해서는 속초·부산·울산항 등 탐지견 미배치 항만에 우선 배치하고, 비정상 항적을 보이는 우범선박에는 선내·선저 정밀검사와 수중드론 조사까지 적용한다.
셋째 국경을 가로지르는 합동단속을 대폭 키운다. 지금까지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미국·네덜란드 5개국과 진행하던 합동작전을, 캄보디아·라오스·캐나다·독일·프랑스까지 포함한 10개국 체제로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 10개국이 우리나라 국경단계 마약 적발의 건수 기준 70%, 중량 기준 83%를 차지하는 만큼, 사실상 '마약판 코리안 데스크'를 세계 주요 출발지에 설치하는 효과를 노린다. 양국 세관 직원이 서로의 국경에 상주하거나 긴밀히 협업하며 한국행 우범 화물과 여행자를 함께 골라내는 구조다.
이와 별도로, 특송·국제우편을 이용해 보내는 해외 발송인 정보와 송장번호, 주소 등도 현지 단속기관에 제공해 공급선을 정면 겨냥하는 '쌍방향 단속'도 강화한다. RILO AP나 EU 부패방지청에 더해, 2026년부터는 UNODC, 유엔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 인터폴과의 다자 협력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넷째 단속 인프라를 아예 마약 전담 구조로 전환한다. 지금까지 면세 초과 물품, 위조상품, 위해 식·의약품까지 함께 보던 통관검사 시스템을 여행자·특송 등 경로별 마약 검사 중심 체계로 바꾸고, 국제우편물 전용 검사센터와 마약 전담 분석센터, 이사화물 검사시설도 단계적으로 확충한다. X레이 판독 훈련센터와 마약탐지견 훈련센터를 확대해 탐지견 수를 2028년까지 150두 수준으로 늘리는 계획도 포함됐다.
다섯째 상시 점검과 전문성 강화다. 관세청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마약밀수 국경단속 전략위원회'를 새로 만들어 적발·수사·국제 공조 상황을 정기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관세인재개발원에는 통관검사·수사·분석 과정을 아우르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만들고, 중앙관세분석소에 마약 전담 분석팀을 두어 신종 합성마약 구조 규명과 새로운 물질 탐지 역량을 높인다.
관세청은 이 같은 단속 활동 전 과정을 스토리 형식의 홍보·캠페인으로 재구성해, 국경단계에서 마약을 어떻게 막고 있는지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상당수 마약이 해외에서 들어오는 만큼, 국경단계에서 먼저 끊어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대응"이라며 "이번 종합대책을 흔들림 없이 실행해 '마약 없는 건강한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새 종합대책을 단계별로 추진하면서 이행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보완점을 찾아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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