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셔터스톡)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가 확정한 국가기간 전력망 사업에 따라 전남을 통과하는 초고압 송전선로가 줄줄이 추진되면서, 전남은 지금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증폭되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삼성·SK하이닉스가 가동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10GW 이상을 요구하는 초대형 전력 소비처다.
경기도의 전력 자급률이 60%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전남·제주 전력을 대규모로 끌어오는 국가기간 전력망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남을 지나는 송전선로만 600km 이상, 신해남~신장성 구간을 포함해 10여 개 프로젝트가 동시 진행 중이다. 전남은 사실상 '수도권 전력 대동맥'의 핵심 노드로 편입되는 구조다.
전남은 국내 최대의 해상풍력 잠재지와 넓은 일조 자원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메가 클러스터로 확장하는 중이다. 전력 생산량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역을 관통하는 과정에서 전자파 우려·경관 훼손·지역 효익 부족 논란이 함께 커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전남을 "에너지 생산만 하고 실제 효익은 외부로 나가는 구조"라며 에너지 식민지화를 우려한다.
특히 전력망 특별법의 인허가 간소화 규정(지자체 의견 미제출 시 '자동 동의' 처리)은 지역 권한이 축소됐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술적 타당성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 구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전력망 확충은 반복적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전남이 준비해야 할 방향…"공급지가 아니라 에너지 주체로 전환"
전남이 당면한 핵심 과제는 '재생에너지 공급지'에서 '에너지 체계의 주도자'로 스케일업하는 전략이다.
재생에너지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전남이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남이 단순한 발전지역에서 벗어나 에너지 산업의 주도 지역으로 성장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첫째, 전남은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크지만, 지역 내 전력 소비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소·암모니아 생산시설, 그린철강·그린케미칼 산업 등 고전력 산업을 유치해 전력을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는 전력망 부담을 줄이고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둘째, 송전선로와 해상풍력 사업이 늘어나면서 주민 수용성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단순 보상만으로는 갈등 해소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분투자형 해상풍력, 지역기금 조성, 송전선로 이익공유제 등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요구된다. 이러한 모델이 구축돼야 장기적 갈등을 줄이고 사업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연적으로 전력 변동성을 동반한다.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남이 앞서 구축해야 할 기술로 ▸장주기 ESS 실증, ▸잉여전력 기반 그린수소 생산, ▸지역 마이크로그리드 도입 등이 제시된다.
이는 전남을 발전지에서 더 나아가 에너지 저장·변환·관리의 중심지로 전환시키는 기반이다.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전략이 실행될 때 전남이 재생에너지 시대의 단순 공급지를 넘어, 국가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도권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전략과 전남의 지역 이익은 충돌하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남이 국가 에너지 구조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전남이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현재의 갈등은 ▸에너지 산업 재편, ▸지역 경제 체질 개선,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체계의 중심지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남이 단순 '전력 통로'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재생에너지 시대의 실질적 에너지수도로 도약할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양준석 kailas21@aitimes.com
<저작권자 Copyright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