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연세노벨위크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 중인 찬와이.사진=홍채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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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998년 홍콩중문문학상과 2023년 금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찬와이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해 방한했다. 찬와이는 4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25 연세노벨위크' 기조강연에서 홍콩 우산운동과 그 이후의 변화들을 언급하며 "2014년 이후 홍콩 사회 전체가 깊은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찬와이는 2014년 우산운동 당시 정부청사 광장을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찼던 곳"으로 기억했다. 그는 "시민들이 1인 1표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80일 넘게 텐트에서 잠을 자고 도로를 점거했지만 결국 강제 해산됐다"면서 "운동 이후 홍콩은 자유와 민주를 지지하는 진영과 권력·통제를 지지하는 진영으로 분열됐다"고 말했다.
홍콩의 정치적 압력이 커지던 2018년, 그는 대만의 교수직 제안을 받고 타이베이로 망명했다. 젊은 리더들이 감옥에 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해 상실감과 무력감이 컸다는 설명이었다. 이후 2019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일어나자 2020년 국가보안법이 제정됐고, 그는 홍콩으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경험들은 소설 '동생' 집필로 이어졌다. '동생'은 타이베이에서 발간돼 2023년 금전문학상을 받았고, 올해 한국어판도 출간됐다.
이와 관련해, 찬와이는 "우산운동을 문학으로 옮기며 현실을 정면으로 보면 돌처럼 굳어버릴 것 같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메두사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거울을 들고 싸웠던 페르세우스처럼, 현실을 뒤집어 비춘 '거울 속 홍콩'을 만들었다"면서 "1997년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반환된 시점부터 2010년대까지, 무너져 가는 홍콩 중산층 가족과 집단적 상처를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관련 언급도 이어졌다. 찬와이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시간, 감정, 죽음, 기다림, 공포를 슬라이스(현미경 아래 두는 얇은 유리판)로 압축해놓은 작품이었다"며 "한강은 잔혹한 순간을 피하지 않고 독자를 그 시간의 중심으로 데려갔다. '기억을 보존한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의 말미에 찬와이는 대만에서 흔히 건네는 "괜찮지?"라는 인사에 대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베이에서 8년을 살았지만 꿈속에서 여전히 광동어로 말한다"며 "그때의 온도, 소리, 속도, 분노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의 말을 인용하며 "나만 홀로 살아남아 이 일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라운드 테이블 인터뷰 현장. 왼쪽부터 주일선 연세대학교 교수, 카멜 다우드, 나야 마리 아이트, 찬와이.사진=홍채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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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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