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의사과학자 전성시대 오나…정부, 국가 전략인재 육성 강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글로벌 연수·공동학위 등…다층적 성장 설계

    임상·기초·산업 잇는 ‘의사과학자 트랙’ 구축

    병역·처우 한계 여전…“촘촘한 지원 필요”

    아시아투데이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투데이 이세미 기자 = 정부가 의사과학자를 국가 전략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신규 사업 도입과 법·제도를 정비하는 등 지원체계를 대폭 강화한다. 다만 병역·처우·진로 모델 부재 등 한계점도 지적되면서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5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2025 의사과학자 NET-WORKSHOP'을 열고 향후 의사과학자 양성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행사에는 예비 연구자부터 선배 의사과학자, 의학한림원, 의과대학·의전원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실제 양성사업 참여 경험을 공유하고 진로와 연구 생태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개인·기관별 우수사례 발표와 시상식, 정부의 신규 정책 설명, 선배 의사과학자들의 임상·연구 병행 경험을 담은 강연 등이 이어졌다. 과거 개별 연구실이나 학과 단위에 머물던 '의사과학자 양성'이 점차 국가 전략사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한눈에 보여준 구성이다.

    복지부는 2019년부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을 통해 학부-석·박사-박사후 과정까지 전주기에 걸친 인력 양성 체계를 운영해왔다. 의대 학부생에게는 초기 연구 경험을 제공하고, 대학원 과정에서는 장학금과 연구비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마련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165명의 전일제 박사과정생이 지원을 받았고, 79명의 의사과학자가 배출됐다.

    이 같은 양성 체계는 지난해 한 단계 더 확장됐다. 복지부는 2024년부터 박사학위 취득 후 최대 8년까지 경력단계별 맞춤형 연구지원을 제공하는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을 본격 가동했다.

    신진 연구자에게는 연 2억원, 심화 단계에는 연 3억원 수준의 연구비를 제공해 독립 연구자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 경험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강화한 셈이다.

    여기에 오는 2026년부터 두 개의 신규 사업이 추가된다. 먼저 'K-MediST 지원사업'은 의학과 이공계의 경계를 넘는 공동학위 과정을 통해 한국판 HST(하버드-MIT 헬스사이언스&테크놀로지)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공동연구소를 중심으로 실제 기술개발과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협력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단순 연계 교육이 아니라 '의학-공학의 동시 언어를 구사하는 인재'를 체계적으로 배출하겠다는 의미다.

    또 다른 신규사업인 '의사과학자 도약 프로그램'은 해외 석학 초빙, 젊은 연구자의 글로벌 연구기관 연수, 학부생 아이디어 경진대회 등 의사과학자의 진입-성장-확장의 전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를 촘촘히 지원한다. 뛰어난 연구 아이디어가 바로 투자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도 포함돼 있어 향후 바이오·헬스 산업과의 연결이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정은영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의사과학자는 임상에서 마주한 난제를 연구실에서 해법으로 풀어낼 수 있는 핵심 인재"라며 "예산 확보와 제도 개선 등 체계적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도 "학부부터 박사 후까지 이어지는 '360도 지원체계'를 구축한 것은 큰 진전"이라며 "의사과학자들의 도전이 외롭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의사과학자 육성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개정안'은 의사과학자를 법적으로 정의하고, 연구개발비 사용 특례를 둬 의료기관 연구자가 R&D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간 양성사업은 존재했지만 법령에는 의사과학자라는 용어조차 명시돼 있지 않아 제도적 공백이 컸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현재 국내 의사과학자 중 약 60%가 임상 분야에서 활동하며,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기초연구·중개연구·산업화를 잇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카이스트 교수 출신 의사과학자가 개발한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이 7500억원 규모로 해외 기술수출에 성공한 사례는 의사과학자가 만들어낸 '임상-과학-산업'의 연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등 바이오 신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의 상당수 역시 의사과학자가 창업하거나 연구개발을 주도한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의료계에선 병역 문제, 임상 대비 낮은 처우, 연구시간 부족, 여성 연구자의 커리어 단절 등 시스템적 제약 역시 해소해야 할 숙제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유럽처럼 별도 양성 트랙과 안정적 연구자 지위, 병역 제도 개편, 병원과 기업 간 공동연구 인센티브 등이 결합돼야 실질적인 연구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형 의사과학자 생태계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