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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평소 30분 거리 8시간 걸렸다"···'늑장 제설' 신고만 2000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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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퇴근길 대혼란

    차량 혼잡으로 제설 차량 제때 진입 못해

    서울시 부시장 "시민께 큰 불편 드려" 사과

    피해 경험당 쏟아져 "차가 미끄러져 사고"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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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설은 ‘예보된 재난’이었지만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제설 작업이 늦어지면서 전국적으로 4000건에 육박하는 경찰 신고가 접수되는 등 시민 피해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후변화로 집중적인 폭우·폭설이 잦아지는 만큼 지자체의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이틀간 전국에는 183건의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대설’ 재해로만 한정하면 155건이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 1~2시간 만에 최고 6㎝ 이상의 눈이 내린 전날 저녁 시간대로 발송이 집중됐다.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도 이어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시도청에는 전날 5시부터 새벽 5시까지 12시간 동안 383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교통통제가 1402건, 교통사고가 408건, 제설요청 등이 2021건으로 파악됐다.

    폭설이 돌발 상황은 아니었다. 기상청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오후 6시 전후로 수도권, 강원 내륙·산지 지역에 시간당 1~3㎝의 눈이 쏟아지겠다”고 예보한 바 있다. 갑작스레 강한 눈이 내리자 시간당 5㎝ 이상 눈이 쏟아져 교통이 불편할 때 보내지는 첫 ‘대설 재난문자’도 발송했다.

    이미 예견된 폭설 예보에도 교통대란이 발생한 것은 차량 정체로 인해 제설차량의 운행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전날 오후 2시부터 제설 비상근무 1단계를 발령한 뒤 인력 5052명, 제설 장비 1145대를 투입했다.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내부순환도로 등 도시고속도로와 종로, 강남대로 등 주요간선도로에 제설제를 사전 살포하며 예보보다 5시간 이른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퇴근길 시간당 3~5㎝ 가량의 눈이 집중적으로 내리자 차량 정체가 발생했고, 제설차량 진입이 어려워지는 구간들이 발생하며 작업은 더뎌졌다. 통상적으로 눈이 내린 이후에는 2시간에 한 번씩 제설제를 뿌려야 하지만, 차가 서행을 하거나 사고가 발생해 제설차량도 발목이 잡혔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3시까지 4차례에 걸쳐 제설제를 추가로 살포했으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지며 도로가 빠르게 결빙됐다.

    서울시의 늦어진 제설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자 김병민 정무부시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짧은 시간에 눈이 집중돼 미리 뿌린 제설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시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통 제설 작업차량 한 대가 4㎞ 구간을 1시간 만에 돌며 반복해서 제설제를 뿌려야 하지만, 차량 혼잡으로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제설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 도로에 갇힌 시민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겪었다. 일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 모(33)씨는 “어젯밤 일산 성석동 고속도로 내리막길에 제설이 제대로 안 돼 차가 미끄러져서 사고가 났다”면서 “저녁 시간 다 버렸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났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시민들의 경험담이 오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노원구에서 경기 의정부까지 출퇴근한다고 밝힌 이용자가 “평소 30분 거리를 8시간 걸려서 겨우 집에 왔다”면서 “눈발이 점차 세지고 밤 12시가 넘어서도 차에 계속 갇혀 있자 시청, 112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교통 사고도 잇달아 발생했다. 전날 밤에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 호암터널에서 6중 추돌사고가, 경기 고양시에서는 행주대교 방향으로 7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눈이 그친 새벽에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노들로에서 6중 추돌사고가 발생하며 극심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전국 곳곳에서는 “차량 정체로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며 우회를 부탁하는 재난문자가 쏟아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앞으로 눈이 한꺼번에 내리면 블랙아이스도 다수 생기면서 사건·사고가 발생할 위험 요소가 늘어날 것”이라며 “지자체와 정부는 과할 정도로 비용을 아끼지 말고 염화칼슘을 방비하고 즉각적인 안전요원 배치를 통해 안전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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