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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인사이드 스토리]큰 그림 그리는 현대차…구조 변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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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제네시스·인도 조직 재편에 AVP 본부장까지 사의 표명
    장재훈 부회장 "AI·에너지 중심"...'SW 통합' 기대감 고조


    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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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이 연말을 앞두고 조직 개편에 나섰습니다. 국내사업본부장과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교체하고, 소프트웨어 총괄 수장까지 동시에 교체되면서 시장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사업본부 재정비…판매 조직 중심 재구축

    지난 4일 현대차그룹은 국내사업본부장과 제네시스사업본부장 교체를 포함해 일부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해 온 송창현 사장의 사의 표명까지 겹쳤죠.

    눈에 띄는 건 영업·상품·소프트웨어 조직에 모두 변화가 있었다는 건데요. 먼저 국내사업본부를 이끌던 정유석 부사장 후임으로 국내판매사업부장 김승찬 신임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습니다. 김 부사장은 기존 직무와 겸임하며 국내판매사업을 총괄하게 됐는데요. 국내 판매 전략과 현장 운영을 오래 다져온 실무형 인사라는 평가입니다. 체계 일원화와 판매 조직의 기동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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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수장이 바뀌었습니다.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맡았던 송민규 부사장 자리에 북미권역상품실장 이시혁 신임 전무가 승진 발탁됐죠. 이 전무는 북미권역기획실장, 북미법인(GMNA) 업무총괄 등을 거치며 현지 시장과 소비자 요구를 읽어내는 역량을 쌓아온 인물입니다. 글로벌 프리미엄 전략을 재설계하고, 시장별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조직도 손봤습니다. 기존 '인도아중동(인도·중동·북아프리카)대권역' 조직을 개편해서 인도를 별도 권역으로 독립시켰습니다. 잠재시장으로 불리는 인도의 조직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죠. 인도권역본부장으로는 실무를 총괄하던 타룬 가르그 인도권역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옮겼고, 아중동권역본부장으로는 박동휘 신임 전무가 승진 이동했습니다.

    송창현 본부장의 사퇴도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현대차는 "일신상의 사유"라고 밝혔지만, SDV(소프트웨어중심차) 개발을 이끌던 핵심 인물이 떠나면서 미래차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계열사로 흩어진 SW 역량…개편 신호탄?

    이런 가운데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그룹의 방향성을 재확인하고 나섰습니다. 장 부회장은 4일 경기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자율주행 기술 흐름을 보면 지금 단계보다 다음 기술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언급하며 "웨이모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로보택시를 만들고 있다"며 "상용화의 거리가 있지만, 기술을 확보하고 내재화시키는 것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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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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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그룹 전체 차원에서는 에너지와 인공지능(AI)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장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됐는데 앞으로 더 가려면 에너지와 AI 쪽이 맞는 것 같다"며 "전체적인 조직 방향도 그쪽으로 보고 있고 실현 속도와 기술적 완성도가 중요할 것 같아 달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 배경에는 업계가 지적해온 'SW 역량 분산'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여러 계열사에 흩어져 있다는 점을 성장 한계로 꼽았었는데요.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포티투닷(42dot),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으로 AI·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분산돼 있다는 거죠.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의 AI·SW 개발 역량이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42dot,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으로 흩어져 있는 게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현대모비스를 실질적 지주사로 전환해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하면 저평가 해소가 가능하다"며 "내년 상반기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 모멘텀을 주목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죠.

    다만 이번 조직 개편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일부에서는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실무 조직을 먼저 정비한 뒤 내년 본격적인 변화에 나서는 수순"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판매 조직 수장 교체, 권역 재편, 소프트웨어 총괄 교체가 동시에 일어난 게 우연만은 아닐 수 있다는 거죠. 반면 단순 조직 효율화 차원이라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송창현 본부장 사퇴도 실제로 개인 사정일 수 있고, 일각의 기대와 실제 회사 계획은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다음 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할 예정인데요. 여기서 SW·기술 조직의 향방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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