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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韓보다 성장 빠른 대만에 주력···'패스키'도 먼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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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회피 쿠팡, 대만선 '고객 우선'

    현지사업 매출 2년새 468% 뛰자

    김범석도 컨퍼런스서 직접 챙겨

    올해 대만 로켓배송에 1조 투자

    국내 DAU 1799만명···역대 최대

    패스키 꼬집자 "韓도 서둘러 도입"

    쿠팡이 국내와 달리 대만에 높은 수준의 보안 시스템과 소비자 친화적인 전략을 적용하는 것은 이 지역에 전력을 쏟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은 쿠팡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한국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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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시장조사 기관 아이마크(IMARC)그룹에 따르면 대만의 e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70억 달러에 달하며 2033년까지 연평균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쿠팡의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쿠팡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사업을 포함한 성장사업 부문(대만 쿠팡·쿠팡이츠 등)의 매출액은 2022년 9236억 원에서 2024년 5조 2500억 원으로 불과 2년 만에 468% 급증했다. 쿠팡 전체 매출에서 성장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2년 3.1%에서 지난해 11.8%까지 커졌다.

    쿠팡 창업자이자 쿠팡의 미국 모기업인 쿠팡Inc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도 직접 대만 쿠팡을 챙길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달 쿠팡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대만 시장에서 전년, 전 분기 대비 놀라운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고객 유입률과 유지율 모두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수준의 배송 신뢰도를 구축하기 위해 라스트마일 물류망도 본격적으로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올해 대만 로켓배송 등에만 1조 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현지에서 ‘고객 우호적 이용약관’을 채택한 이유 역시 이처럼 대만 e커머스 시장이 미래 성장 축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용약관이 사용자에게 고지만 하면 사업자가 임의로 수정할 수 있는 만큼 이용약관의 내용으로 쿠팡의 국가별 사업적 판단과 우선순위를 엿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만 쿠팡의 이용약관은 플랫폼 사업자가 흔히 두는 일반 조항인 반면 한국의 이용약관은 과도하게 사업자에게 유리한 독소조항에 가깝다”며 “사실상 국내 쿠팡 이용 고객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이용자들의 충성도 또한 쿠팡의 ‘이중 전략’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1799만 명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쿠팡이 고객 정보 4500개 유출을 처음 발표했을 당시인 지난달 20일 DAU는 1597만 명이었으나 유출 규모가 3370만 개로 정정된 29일에는 1625만 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자신의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하고 로그인 비밀번호 등을 교체하려는 고객이 몰린 영향도 있지만 여전히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상당수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자신을 쿠팡 배송기사라고 밝힌 A 씨가 4일 스레드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기존 고객들이 탈팡(쿠팡 탈퇴) 인증을 하는 등 대거 이탈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물량 감소가 없고 오히려 많은 게 신기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이달 1일 보고서에서 “쿠팡은 e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한국 고객들은 데이터 유출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안 정책에서도 양국 간 차이가 드러나면서 쿠팡이 국내 이용자를 안전한 수익원으로 간주하고 투자는 성장 여지가 큰 대만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만에서는 이미 생체인증 기반 ‘패스키(Passkey)’를 도입했지만 한국에서는 도입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한국에 패스키가 도입됐다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여야 의원 질의에 박대준 쿠팡 대표는 “한국에서도 서둘러 도입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내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입장에서 대만은 이제 막 사업 물꼬를 튼 상황에서 ‘잡아야 하는 물고기’이기 때문에 고객 친화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국내 이용자는 이미 ‘잡은 물고기’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용성 기자 util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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