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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일본 장기 채권 금리가 5일 금융위기 이후 약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선반영하는 분위기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그동안 진행된 '엔 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린 뒤 이를 높은 금리의 달러에 투자하는 것)의 청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달러 대비 엔화값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낮아지면서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되는 고물가가 완화될 것인지 주목된다.
이날 일본 채권시장에서 대표 장기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전날보다 0.015%포인트 상승한 1.950%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7년 7월 이후 약 18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금리 상승의 이유로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1일 외부 강연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크다. 우에다 총재는 "미국의 관세 조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낮아지고 있으며 기업의 수익도 높은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라며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기존 요인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견해를 비쳤다. 특히 그는 "금리를 높인다고 해도 여전히 완화적인 금융환경"이라며 "경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금리 인상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여기에 지난 4일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해 온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용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조기 금리 인상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1월 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했고 이후 여섯 차례 열린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동결했다. 이번에 금리를 올리게 되면 0.75%가 된다.
금리 인상의 주요한 배경으로는 최근의 고물가가 꼽힌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0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과 9월에 2%대로 떨어졌지만, 7월 이후 석 달 만에 3%대로 다시 높아졌다.
교도통신은 "물가 상승세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며 "정부가 고물가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엔화 약세도 진행돼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총무성이 발표한 10월 실질소비지출은 전년 동월 대비 3% 감소해 6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4년 1월 이래 가장 낮은 숫자다. 시장에서는 1% 상승을 예상했지만 음식료품 가격이 오르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으로 분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총무성 가계조사를 인용해서 고물가 지속으로 인해 올해 1~8월 식비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구입을 줄이는 형태의 식비 절약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 결국 교육이나 주거, 내구재 등을 줄이는 쪽으로 가계소비가 계속해서 위축되고, 이는 경기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물가 대책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금리 인상을 통한 수입물가 하락이다. 현재 달러당 엔화값은 154엔대 후반으로 시장 예상치인 145엔대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고 현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수입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공식화한 상황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급격한 청산보다 완만하게 정리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환율도 급격한 엔고로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고물가 대책으로 엔고가 필요한 일본 정부지만 이것이 꼭 달갑지만은 않다. 자동차와 반도체, 기계 부품 등 주요 수출기업이 엔저로 인한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도 적절한 엔저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환율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지난해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포기 선언에 나서면서 그동안 저금리 여파로 사라졌던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판매가 약 10년 만에 재개된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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