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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매경춘추] K스포츠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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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


    최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성황리에 막을 내리며, K야구가 다시 한번 국민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증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던 2020년을 제외하고, 한때 120만명까지 줄어들었던 관중 수는 2025년 1200만 관중 시대를 열며 1982년 출범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야구에 큰 관심이 없던 필자조차 주변 지인의 이야기와 언론 보도에 이끌려 결승전을 시청하게 됐고, 남녀노소가 함께 부르는 열창과 구호, 뜨거운 함성 속에서 야구장은 이제 '승패'보다 '축제'로 기억되는 공간이 됐음을 실감했다.

    그러던 중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K야구의 열기를 숫자로 보여줄 수 있을까?"

    야구 팬에게 승리와 패배는 감정의 문제다. 하지만 국가, 산업, 미래를 설계하는 이들에겐 그 감정조차 숫자로 환산된다. 바로 그 숫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경제총조사와 같은 통계다.

    한국시리즈 한 경기에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서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담겨 있다. 티켓 판매, 유니폼과 굿즈 판매, 치킨과 맥주, 교통, 숙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와 콘텐츠 제작 등 모든 것이 스포츠 산업의 일부이자 국가 경제의 구성 요소다.

    5년마다 우리나라 모든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경제총조사는 이런 활동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다. '스포츠 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문화, 오락 및 여가 용품 소매업' 등 야구단과 관련 업체의 매출, 고용 인원, 비용 구조 등을 조사해 해당 산업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량적 지표로 삼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제총조사와 같은 통계가 어떻게 산업 전략이 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지방정부는 야구장 주변 상권의 변화 데이터를 통해 도시 개발과 상업지구 재편을 계획하고, 스포츠 브랜드 기업은 유니폼 매출 통계를 기반으로 디자인과 생산 전략을 수립한다. 콘텐츠 제작자는 야구 응원 열기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SNS 콘텐츠 방향성을 결정한다. 즉 야구장의 함성은 그 자체로 미래 산업을 이끄는 데이터가 되는 셈이다.

    다가오는 2026년 경제총조사는 K스포츠, K뷰티뿐만 아니라 K제조업, K서비스 등 우리나라 모든 산업의 구조와 변화를 더 정밀하게 파악할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AI) 활용 현황, 스마트 공장 및 농장 운영 현황 등 새로운 항목을 추가해 AI 대혁신 시대에 대응하는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반영할 예정이다. 또한 행정자료를 적극 활용해 현장조사 사업체 수를 줄이고 온라인 응답을 확대해 응답자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정확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수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누군가는 야구장에서 추억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그 속에서 미래 시장을 본다.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통계'의 힘이다. 경제총조사는 단순한 숫자 수집이 아닌 K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국가적 나침반이며 K스포츠의 감동이 정책, 산업 전략, 미래 투자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가장 조용하지만 강력한 도구다.

    다시 야구 시즌이 오면 많은 사람이 또다시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이제 나는 누군가의 응원 소리 뒤에서 경제를 움직이는 수많은 '숫자들'도 함께 들을 것이다.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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