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금)

    고심 깊은 고정밀지도 반출 결정…애플·구글 모두 해 넘겼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애플 측 요청으로 반출 심사 연기…두번째 유보

    내년 구글·애플 병합 심사 이뤄질지 주목

    美 '디지털 장벽' 불공정 무역 관행 지목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정부가 우리나라 1대 5000 축적의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나라 밖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달라는 애플의 요청을 또 유보했다. 지난 9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로써 1대 5000 축적 고정밀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놓고 미국 기업 구글, 애플과 한국 정부의 줄다리기는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안보’에 무게를 둬 불허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국회와 업계의 목소리와 달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애플 ‘고정밀지도’ 반출 처리기간 연장…서류 보완기간 부여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애플이 고정밀 지도 반출 신청서 보완 기간을 요청함에 따라 보완 제출에 걸리는 기간만큼 처리 기간을 연장한다고 5일 밝혔다.

    애플은 2023년 2월에 이어 올해 6월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다시 요청했다. 정부의 답변 기한은 9월 8일까지였지만, 결정을 유보하고 처리 기간을 60일 연장했다. 이번엔 애플 측 요청으로 최종 결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국토부는 신청서 보완에 소요되는 기간을 민원 처리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행정절차법 시행령’에 근거했다고 설명했다. 민원처리법은 부득이한 사유로 민원을 처리하기 어려울 경우 1회 연장을 허용하고, 이후에도 처리가 곤란하면 신청인 동의로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애플이 영상 보안처리, 좌표표시 제한, 국내 서버 설치를 비롯한 사후관리 방안 등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 보완 신청서를 제출하면 국방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국외반출 협의체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애플은 2023년 2월에도 같은 신청을 했으나 정부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불허했다.

    애플뿐 아니라 구글의 고정밀지도 반출 요구는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올해 벌써 3번째다. 앞서 불허 결정 당시 세계 유일 분단국가라는 특성에서 안보 문제는 반출 반대의 핵심 요소였다. 땅의 기복이나 모양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나타내고 있어 구글 위성사진을 결합했을 때 주요 시설에 대해 타격 정밀도가 높아져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글·애플 요청한 고정밀지도 반출 결정 내년으로…정부 고심

    정부는 고정밀지도 반출 결정에 ‘신중모드’에 돌입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반출을 불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선뜻 불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구글의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을 미뤘다. 이미 두 차례 유보 결정을 내려 가부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구글에 보완 서류 제출을 요구해 9개월간 이어진 정부의 장고는 해를 넘기게 됐다. 업계에선 구글과 애플이 각각 신청한 고정밀지도 반출 건을 두고 병합 심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는 한미 관세 협상 국면에서 미국 정부가 이른바 ‘디지털 장벽’을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여러 차례 지목한 여파로 풀이된다. 한미 간 합의로 마련된 팩트 시트에 위치정보 등을 포함한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을 촉진하는데 양국이 노력하자는 표현이 담겼다. 또 “미국과 대한민국은 디지털 서비스와 관련된 법률 및 정책, 특히 망 사용료 및 온라인 플랫폼 규제 측면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표현도 담겼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보안 관리해야”…구글은 거부

    고정밀지도에는 도로, 건물, 지형 정보 외에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데이터가 포함돼 있어 국가 안보 및 국내 기업 경쟁력 저하 우려에 반출 불허에 대한 업계 측의 목소리도 크다.

    최진무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고정밀지도는 단순 종이 지도가 아니라 디지털 데이터로 디지터트윈,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등 미래 4차 산업 생태계가 달린 문제”이라며 “반출 여부에 있어 핵심은 국내 데이터센터 건립을 통해 지적재산권 통제, 보안에 관한 요청 및 관리도 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 측은 고정밀지도 국외반출 허가신청서에 “보안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 지도정보가 저장되는 장소를 한국, 미국 및 싱가포르에 소재한 애플의 개발 데이터센터로 제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글 측은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해선 사실상 거부한 상태다. 구글 측은 고정밀지도 국외반출 허가신청서에 “구글은 지도 데이터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본사 및 해외 소재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고자 한다”며 “보안유지 수준은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제공된 데이터는 최상의 조건에서 안전하게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애플과 구글이 요구하는 1대 5000 축적의 고정밀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지도 상 1㎝로 줄여 표현한 지형도로 우리나라처럼 전 국토 차원에서 구축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구글의 본국인 미국조차도 정부 차원에서 구축한 가장 상세한 지도가 1:2만4000 수준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사우디아리비아 등은 안보를 이유로 아예 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