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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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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1표 부결’ 정청래 리더십 타격…친이재명계 도전에 본격 직면하나[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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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딩 중앙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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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 당헌 개정안이 5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부결되며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다고 평가된다. 절차적 논란과 더불어 당대표 연임용이라는 정치적 비판을 감내하며 추진했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친이재명(친명)계 지지층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등 향후 정청래호의 난항이 예상된다.

    1인 1표제 도입과 지방선거 경선에서 권리당원 영향력 강화를 뼈대로 한 당헌 개정안이 이날 중앙위원 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예상 밖으로 분석된다. 정 대표가 지난달 권리당원 대상 여론조사 이후 절차적 논란이 불거지자 중앙위 개최를 1주일 늦추며 추가 의견 수렴을 하고 대의원제 보완 방안까지 만들며 개정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와 통화에서 투표 결과에 대해 “당황스럽다”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위 측과 정 대표는 부결 결과를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송옥주 중앙위 부위원장은 이날 온라인 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재적 중앙위원 과반이 찬성했다”고 말한 직후 당 관계자로부터 ‘찬성 안 했다’는 말을 듣고 다소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부결을 선포했다. 정 대표는 투표 결과가 발표되기 약 30분 전 페이스북에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에게 ‘이재명 대통령 시계’를 받았다며 웃는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정 대표의 일방적인 1인 1표제 도입 추진에 반발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득구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대로 하라’는 당원의 명령”이라며 “내용만큼이나 절차가 중요하다. 그리고 신뢰도 중요하다”고 적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중앙위원들이 중요한 투표라는 걸 알면서 대거 기권한 것”이라며 “찬성하지 않는다는 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위원 재적 596명 중 373명이 참여해 투표율이 62.5%에 그쳤고, 이 중 1인 1표 도입 당헌 개정안(2호)의 찬성표(271명)가 지방선거 룰 개정 당헌 개정안(1호) 찬성표(297명)보다 적었던 점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정 대표가 당헌 개정을 추진하며 발생한 절차적 문제 등 갈등이 컸던 점도 배경에 깔려있다고 분석된다. 애초 전당원투표로 공지했다가 투표 대상을 놓고 반발이 일자 여론조사로 성격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이 “졸속·강행”이라고 공개 비판하는 등 당 안팎에서 반발이 이어졌다. 정 대표가 숙의를 거치겠다며 중앙위 개최를 미루고 당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의견을 모았으나 당원 토론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다수 나오며 논란만 커졌다.

    당 지도부가 중앙위원들의 투표 참여율을 끌어올리려는 기술적 작업에 다소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다른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통상 중앙위 투표율은 높지 않기 때문에 투표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며 “안건이 잘 정리돼 중앙위에 올라간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의미보다는 투표 독려를 제대로 하지 못한 실무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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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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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대표가 지난 8월 취임하고 4개월여 만에 정치적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원주권정당을 만들겠다며 최우선으로 내세운 1인 1표 도입 공약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인 1표 당헌 개정안은 지금 즉시 (중앙위에) 재부의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당원들에게 길을 묻겠다”고 물러섰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리더십 불신임 아니냐는 질문에 “직접 연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당대표 연임을 위해 1인 1표제 당헌 개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은 정 대표의 정치적 부담으로 계속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당헌 개정 과정에서 친이재명계 대 친정청래계 갈등 구도가 다소 선명해진 점은 향후 당 운영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 대표가 1인 1표제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자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추진한 방향이라며 이 대통령을 끌어와 방어한 것은 친이재명계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검찰·사법개혁 등 주요 개혁과제 추진을 두고 이견을 보여온 당정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정 대표가 주도적 목소리를 내가 쉽지 않은 정치적 환경이 조성될 경우 여권의 역학 구도 속에서 대통령실 주장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정 대표가 올해 내 입법 마무리를 공언하며 밀어붙인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등 사법개혁 추진 동력도 약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더십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위헌 논란을 무리하게 감수하면서 입법을 추동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 운영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다 심사숙고해서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8일 열리는 당 정책의원총회에서 사법개혁 입법뿐 아니라 당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정 대표가 ‘내란 청산’이 중요한 시점에 1인 1표제 도입이라는 ‘자기 정치’에 집중하며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 대표가 그간 사법부 압박 차원으로 활용해온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입법을 최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내년 1월 중순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당 최고위원 3명 보궐선거도 정청래호가 직면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정 대표 체제에 도전하는 친이재명계 후보들이 최고위원으로 상당수 진입할 경우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당권 경쟁에 맞닥뜨리게 될 수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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