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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병원 장례식장서 일회용품 없애자, 3년 간 쓰레기 522t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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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합병원 5곳, 다회용기 도입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더니 종이 접시가 보이지 않았다. 이 장례식장에선 종이 접시 대신 얇은 흰색 플라스틱 다회용기 그릇에 따뜻한 밥과 국을 담아 조문객 앞에 내놓았다. 식사를 마친 조문객들이 자리를 뜬 테이블엔 구겨진 종이컵, 기름이 묻은 일회용 접시가 없었다. 15년 차 장례 도우미 윤모(63)씨는 “예전엔 조문객들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지나가면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가 금세 꽉 찼는데 다회용기를 쓰면서 쓰레기가 확 줄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올 1월부터 전국 상급종합병원 중 처음으로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 없애기’ 실험에 들어갔다. 그 결과 일회용기 사용량이 8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처럼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쓰는 서울 시내 5개 병원이 202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감축한 쓰레기 규모는 522t이다.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던 장례식장의 쓰레기 배출량이 획기적으로 줄면서 상주와 조문객 만족도도 높아지는 ‘일석이조’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삼성서울병원은 작년 7월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위해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5개월 만에 폐기물이 20t 이상 감소했다. 이런 효과를 확인한 병원 측은 올해부터는 장례식장에서 일회용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랬더니 장례식장 쓰레기량이 다회용기 도입 전인 2023년(131t)과 비교해 8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장례식장에서 올 들어 사용한 다회용기는 밥·국그릇(113만개), 접시(286만개), 수저(164만개), 컵(164만개) 등 727만개였다. 다회용기를 쓴 만큼 일회용기 소비를 줄인 셈이다.

    다회용기 전면 도입에 나서자 병원 일각에선 “위생이 걱정된다” “설거지 등 일이 늘어날 것” 같은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막상 도입해 보니 현장 반응은 정반대였다. 친구가 세상을 떠나 이날 새벽 버스를 타고 창원에서 상경해 빈소를 찾았다는 고굉무(61)씨는 “얇은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빈소 음식을 받으니 더 정성스러운 대접을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장례식장에서 사용한 다회용기는 세척 전문 업체에 맡겨 세척·소독 과정을 거쳐 새것처럼 포장해 다시 장례식장에 공급된다고 한다. 이날 오후 경기 용인시에 있는 다회용기 세척 공장을 찾았더니 793㎡(약 240평) 크기 공장 내부는 수증기로 가득했다. 물이 가득 차 있는 가로 20m, 높이 1m 크기 작업대에 앞접시와 밥·국그릇 수백 개가 밀려들었다. 직원들은 그릇들을 분리한 뒤 음식물 찌꺼기를 일일이 떼어냈다. 이러한 초벌 세척을 거친 그릇들은 대형 컨테이너 박스 안으로 옮겨 한 차례 더 고압수로 세척했다.

    장례식장의 ‘탈(脫)일회용기’ 움직임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23년 7월 서울의료원을 시작으로 시립동부병원, 서울보라매병원, 삼성서울병원과 중앙보훈병원 등이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 5개 병원이 2023년부터 지난 10월까지 감축한 일회용품 양은 522t이다. 이 정도 일회용품 쓰레기를 담으려면 10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 3만장이 필요하다. 예전엔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선 3일장을 치르는 동안 빈소마다 100리터 쓰레기봉투가 평균 8장씩 나왔다. 그런데 지난 10월부터 모든 빈소에 다회용기를 도입한 뒤로는 1~2장으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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