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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은퇴 선언’ 조진웅이 남긴 질문...소년범의 과거는 어디까지 따라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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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배우 조진웅. (주)콘텐츠웨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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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지불식간에 그 낯짝을 봐야 할 피해자는?” “은퇴하면 다 묻히는 거냐.”

    “반성하고 살아왔다면 지금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

    10대 시절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우 조진웅씨(49)가 지난 6일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하면서 ‘죄의 대가’를 어디까지 치러야 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조씨는 이미 죄에 대한 처분을 받았고, 이후 수십년간 배우로서 성실하게 이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조씨가 받았다는 소년보호처분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재사회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중 앞에 서는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이상 비난은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 5일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조씨가 고교 시절 절도·성폭행 등 혐의로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 생활을 했다고 보도했다. 조씨의 소속사는 “미성년 시절 잘못한 행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30년도 지난 일이라 경위를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고, 이미 관련 법적 절차도 종결된 사안”이라며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범행 여부나 처분 내용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논란이 확산하자 조씨는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여론은 찬반으로 뚜렷하게 갈린다.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사안에서 공적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2차 가해”라는 주장과 “수십 년간 성실히 살아왔다면 그것이 교정의 성과”라는 의견이 대립한다. 정치권도 목소리를 보탰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진웅의 복귀를 응원하는 글을 공유하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가족이 피해자라도 청소년의 길잡이라고 치켜세울 수 있겠느냐”며 “좌파 범죄 카르텔 인증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비판했다.

    소년보호처분은 범죄나 비행을 저지른 만 10~19세 소년에게 형벌 대신 ‘보호·교화·교육’을 목적으로 내리는 조치다. 보호자 감호 위탁(1호)부터 단기 소년원 송치(8호), 장기 소년원 송치 및 특별관리(10호) 등으로 구분된다. 조씨가 실제로 소년원 생활을 했다면 최소 8호 이상의 처분을 받았다는 의미다.

    소년보호처분의 핵심은 ‘처벌’이 아닌 ‘재사회화’에 있다. 최정규 변호사는 “소년 비행의 원인은 학업 중단, 가정 해체, 경제적 어려움, 학대·방임 등 환경적 요인이 더 크다”며 “가정과 지역사회가 아이를 지탱하지 못해 벼랑 끝에 내모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관련 기록이 비공개 원칙이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소년에게 낙인을 남기지 않고 성인이 된 이후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서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가와 사회가 재사회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익명성과 기록 삭제 원칙은 제도 취지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적용되는 기준은 훨씬 엄격하다. 학교폭력, 음주운전, 폭행 등 과거 전력으로 활동을 중단한 연예인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아이돌 그룹 (G)I-DLE의 전 멤버 수진은 학교폭력 가해 의혹이 제기된 뒤 팀을 탈퇴했고 소속사와의 계약도 종료됐다. 배우 지수 역시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지면서 출연 중이던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의혹만으로도 연예계 생활을 중단해야 하고,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등 대중이 연예인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제도 취지와 사회 인식 사이의 간극도 크다. 법은 재사회화를 위해 기록을 지우지만, 유명인이 된 순간 온라인 기사와 커뮤니티의 흔적은 사실상 ‘영구 보관’된다. 소년보호처분이 사실상 ‘만기 없는 형벌’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배 부연구위원은 “공적 인물이라는 이유로 소년보호처분이 영구적 처벌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은 제도 취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당사자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소년 시절의 잘못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던진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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