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2 (금)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한때 소년범이었던 어른…그 죗값은 어디까지 치러야 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년범 전력 보도 후 은퇴 선언…조진웅 사태가 부른 논란

    “부지불식간에 그 낯짝을 봐야 할 피해자는?” “은퇴하면 다 묻히는 거냐.” “반성하고 살아왔다면 지금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

    10대 때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우 조진웅씨(49)가 지난 6일 은퇴를 선언하며 죗값을 어디까지 치러야 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조씨는 이미 죄에 대한 처분을 받았고, 이후 수십년간 배우로서 성실하게 이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조씨가 받았다는 소년보호처분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재사회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중 앞에 서는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이상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 관련기사 20면

    지난 5일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조씨가 고교 시절 절도·성폭행 등 혐의로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 생활을 했다고 보도했다. 소속사는 “미성년 시절 잘못한 행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30년도 지난 일이라 경위를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고, 이미 관련 법적 절차도 종결된 사안”이라며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실제 범행 여부나 처분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조씨는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하면 모든 것이 묻히는 거냐”
    “반성하고 살았다면 현재가 중요”
    시민들 비판·응원 목소리 갈려
    제도 취지와 사회적 요구 ‘간극’

    여론은 찬반이 뚜렷하게 갈린다.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사안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2차 가해”라는 주장과 “수십년간 성실히 살아왔다면 그것이 교정의 성과”라는 의견이 대립한다. 정치권도 목소리를 보탰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진웅의 복귀를 응원하는 글을 공유하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가족이 피해자라도 청소년의 길잡이라고 치켜세울 수 있겠느냐”며 “좌파 범죄 카르텔 인증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비판했다.

    소년보호처분은 범죄나 비행을 저지른 10~19세 미성년자에게 형벌 대신 보호·교화·교육을 목적으로 내리는 조치다. 보호자 감호 위탁(1호)부터 단기 소년원 송치(8호), 장기 소년원 송치 및 특별관리(10호) 등으로 구분된다. 조씨가 실제로 소년원 생활을 했다면 최소 8호 이상 처분을 받았다는 의미다.

    소년보호처분의 취지는 처벌이 아닌 재사회화에 있다. 최정규 변호사는 “소년 비행의 원인은 학업 중단, 가정 해체, 경제적 어려움, 학대·방임 등 환경적 요인이 더 크다”며 “가정과 지역사회가 아이를 지탱하지 못해 벼랑 끝에 내모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했다. 관련 기록이 비공개 원칙이거나, 일정 기간 후 삭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소년에게 낙인을 남기지 않고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서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가와 사회가 재사회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익명성과 기록 삭제 원칙은 제도 취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적용되는 기준은 훨씬 엄격하다. 학교폭력, 음주운전, 폭행 등 전력으로 활동을 중단한 연예인 사례는 많다. 아이돌 그룹 (G)I-DLE의 수진은 학교폭력 가해 의혹이 제기된 뒤 팀을 탈퇴했고 소속사와의 계약도 종료됐다. 배우 지수도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지며 출연 중이던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의혹만으로도 연예계 생활을 중단해야 하고,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연예인 생명이 끝나는 등 대중이 연예인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갈수록 높아졌다.

    제도 취지와 사회 인식 사이의 간극도 크다. 법은 재사회화를 위해 기록을 지우지만, 유명인이 된 순간 온라인 기사와 커뮤니티의 흔적은 영구 보관된다. 소년보호처분이 사실상 만기 없는 형벌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배 부연구위원은 “공적 인물이라는 이유로 소년보호처분이 영구적 처벌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은 제도 취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당사자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소년 시절의 잘못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던진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