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중개 플랫폼을 의료기관·약국과 동일하게 규제?
②'재고 확실' 표시는 소비자 편의? 신종 리베이트?
③ 진입 자체를 막아야 할까, 사후 제재로 충분할까
정진웅(왼쪽) 닥터나우 대표가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비대면 진료의 미래: 대국민 정책 수요조사 결과 발표 및 업계 정책 제언'을 주제로 열린 2025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이 2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벤처업계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의 반발에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이고, 의사·약사단체와 '닥터나우'의 입장은 무엇인지 쟁점 별로 살펴봤다.
①중개 업체를 의사·약사와 동일 수준에서 규제?
약사법 개정안의 핵심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 겸업을 금지하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은 의료기관·약국 개설자의 도매업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공정 거래와 리베이트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법안 찬성 측은 이런 규제를 중개 플랫폼에도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대한약사회는 "(개정안은) 의약품을 매개로 한 담합이나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규제를 비대면 진료 중개 매체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상식적이고 공정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현재 닥터나우의 사업자등록상 업태는 정보통신업이고, 자회사 '비진약품'의 업태는 도매 및 소매업이다.
반면 반대 측은 의약품을 직접 처방·조제하는 의료기관·약국 개설자와 플랫폼 운영자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고 맞선다. 국회 복건복지위 이지민 수석전문위원도 개정안 검토 보고서에서 "플랫폼 사업자는 환자와 약국에 관련된 자료나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람에 불과하고 의약품 공급·유통 등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예외 없이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영업의 자유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닥터나우는 약국 체인 본부 등 의약품 관련 사업자가 도매업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점을 들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도 주장한다.
②약 판매한 약국에 '재고 확실'... 리베이트 vs 소비자 편의
법안 찬성 측은 구체적으로 닥터나우가 자회사에서 의약품을 공급 받는 약국을 우선 노출하는 방식을 문제 삼는다. 특정 약국에 의약품을 판매하고, 그 대가로 환자를 해당 약국에 몰아주는 신종 리베이트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닥터나우가 100만 원 상당의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 뒤 이를 산 약국에만 '나우약국' 제휴 지위를 준 사실이 지적됐다.
닥터나우는 이후 패키지 상품 판매를 없앴지만 자회사 의약품 구매 여부 등에 따라 꼬리표를 달리 붙이는 정책은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닥터나우에서 해당 약을 샀고 재고 관리 시스템에 재고가 남아있으면 '재고 확실' 표시가 붙는다. '조제 가능성 높음'은 △자체적으로 플랫폼에 의약품 재고를 입력한 약국과 △닥터나우 자회사에서 약을 구매했지만 시스템 상 재고가 없는 약국에, '조제 가능성 있음'은 제휴 여부와 무관하게 소비자 인증 등을 통해 해당 약 판매를 추정할 수 있는 약국에 해당한다.
닥터나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비대면 진료를 받은 뒤 '방문 약국 선택하기'를 누르자 서울역, 시청역 인근 약국들이 표시되고 있다. 일부 약국에는 '조제 가능성 높음' '조제 가능성 있음' 꼬리표가 달려 있고, 이 약국들이 목록 상단에 위치한다. 닥터나우 앱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닥터나우는 이 정책이 '환자 몰아주기'가 아니라, 소비자 편의 증진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병원 근처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비대면 진료 환자는 처방된 약을 받기 위해 온갖 약국을 돌아 다니는 '약국 뺑뺑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닥터나우는 지도 기반 노출 구조라 소비자와 가까이 있는 약국 중 '재고 확실' '조제 가능성 높음' 등이 따로 표시될 뿐 특정 약국에 환자를 몰아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전국 약국 2만5,000개 모두 플랫폼에 표시되는데 이중 제휴약국은 3,200개, 도매 거래를 하는 약국은 1,200개다.
③"사전 금지해야" vs "사후 제재가 바람직"
법안의 규제 방식도 논란이다. 도매업 진입 자체를 막는 것은 '과잉 입법'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도매상을 통한 처방·조제 유인이 환자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를 사전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라며 '사전 금지'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영업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으므로 원천금지 보다는 사후 제재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법안을 둘러싼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4일 "개정안은 약국 간의 공정 거래 질서 유지와 국민 건강·안전에 필수적인 법안"이라며 "국회는 플랫폼 업체가 더 이상 우후죽순 양산되지 않도록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닥터나우 측은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서비스 개편 의지도 밝혔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특정 약국 환자 유인'이라는 의도치 않은 효과가 많다고 당국에서 판단한다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 제공 방식을 개편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