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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기억할 오늘] 애플 PC보다 앞서 PC 소매점을 연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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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8 폴 테럴의 '바이트숍'

    한국일보

    1988년 9월 한 컴퓨터 관련 잡지 표지에 등장한 폴 테럴. alchetr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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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 퍼스널 컴퓨터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미국 애플사의 1977년 모델 ’애플II’다. 극소수 컴퓨터 마니아들이 부품을 구매해 직접 조립하고 배선을 납땜해 완성해야 했던 ‘알테어 8800(Altair 8800)’ 등과 달리 애플II는 플라스틱 케이스와 통합 전원장치를 갖춘 완제품으로 판매돼 사용자가 전원을 꽂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가전제품이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만큼이나 애플II의 탄생에 기여한 인물이 있었다. 75년 12월 8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세계 최초 컴퓨터 판매점 '바이트숍(Bite Shop)'을 연 사업가 폴 테럴(Paul Terrell, 1953~)이다.

    컴퓨터가 극소수 마니아들의 지적 아이템으로 갓 주목받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그들 마니아의 한 사람으로서, 컴퓨터가 조만간 거대 실험실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적 소비재가 될 수 있다고 직감한 테럴은 가게를 열자마자 잡스 등에게 주문을 냈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컴퓨터 회로기판 등을 키트 형태로만 판매하던 당시 잡스 등의 영업 방침과 달리 ‘완전 조립품 형태’로만 구매하겠다는 거였다. 테럴은 그 조건으로 대당 500달러에 50대를 납품해달라고 주문했고, 당시 부모님 집 차고를 공장 겸 사무실로 쓰던 잡스는 선뜻 그 제안에 응했다. 76년 납품받아 소매가 666.66달러(현재 가치 약 450만 원)에 판매한 그 제품이, 회로 기판을 제외한 케이스와 키보드, 모니터 등은 소비자가 별도로 구매해 연결해야 했던 ‘애플I’이었다. 잡스 등은 그렇게 번 자본금으로 76년 4월 애플사를 창립했고 이듬해 보완품 애플II를 출시했다.

    퍼스널 컴퓨터 프랜차이즈 사업가로 성공한 뒤 자체 컴퓨터(BYT-8 등)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던 테럴은 현재 플로리다에 거주하며 회고록을 쓰고 있다. 그가 76년 판매한 애플I은 현재 약 60대 남짓 남아 있고, 그중 작동이 되는 건 극소수라 알려져 있다. 2014년 뉴욕 본햄스 경매에 출품된, 작동 가능한 76년 모델 애플I은 미시간주 디어본의 헨리포드 박물관 측이 90만5,000달러에 낙찰받았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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