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킬러 문항은 개념부터 모호하다. 교육부는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으로 정의했지만,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들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을 없애고도 변별력을 유지하려면 평균 난도를 높여야 하는 문제도 있다. 교육당국은 출제기법 고도화를 통해 킬러 문항은 없지만, 변별력 있는 수능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2024학년도 수능은 불수능, 2025학년도 수능은 물수능이었다. 올해 수능은 다시 불수능으로 돌아갔다.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전년보다 8점이나 올라 당락을 좌지우지할 과목이 됐고, 영어 1등급 비율은 지난해의 절반인 3.1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게 출제한다는 방침을 믿고 수시에 지원한 학생들은 최저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낭패를 봤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지자 평가원은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고, 교육부는 출제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엄정 대응 입장을 밝혔다. 논란은 영어 절대평가에 대한 찬반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영어 과목에 절대평가를 적용한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니 '올해 고3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하소연도 매년 반복된다.
수능 난이도 조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여러 차례 확인됐다. 그렇다고 난이도가 널뛰기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학 서열이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사회 구조적 문제와 수시로 바뀌는 입시제도, '4세 고시'까지 등장할 정도로 심각해진 선행 광풍 등을 바꿀 근본적 교육개혁이 함께 진행돼야 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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