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환율 1400원대에도 '평생 무료 환전'·50개국 무료 송금
토스뱅크가 '외화통장'을 앞세워 외환 고객 모으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가 지난 4월 16일 오전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마친 은행'임을 선언한 모습. /여의도=이선영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고환율 국면에서도 토스뱅크와 토스는 외화·해외송금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토스는 국내 체류 외국인 전용 해외송금 국가를 50개국으로 늘리고 수수료를 내년 6월까지 면제하는 한편 토스뱅크는 내년 1월 해외 은행 계좌로 직접 송금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417원 수준으로 집계되며 외환위기 직후를 웃도는 '초고환율' 해에 근접하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11월 25일까지 매매기준율 기준 연평균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며, 외환당국은 기재부·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까지 꾸려 환율 안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토스뱅크는 '외화통장'을 앞세워 외환 고객 모으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환전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고, 살 때와 팔 때 모두 환율 우대율 100%를 적용하는 것을 기본 구조로 한다. 한 개 통장으로 17개 통화를 사고팔 수 있도록 설계해 여러 외화 통장을 나눠 관리하던 번거로움을 줄인 것도 특징이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외화통장은 출시 약 1년 6개월 만인 7월 말 기준 누적 환전액이 31조6000억원을 넘어섰고 가입 고객 수는 267만명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고객들이 절감한 환전 수수료는 단순 추정치 기준 약 3000억원, 1인당 평균 16만5000원 수준으로 계산됐다. 외화통장과 연결된 체크카드로 해외 온·오프라인 결제와 ATM 출금까지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어 해외 소비·여행 수요를 끌어들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토스뱅크는 환전 타이밍을 자동화하는 기능도 잇따라 붙이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원하는 환율에 환전하기' 기능은 고객이 목표 환율을 미리 지정해두면 해당 수준에 도달했을 때 자동으로 매수·매도가 이뤄지도록 한 서비스다.
여기에 올해 5월에는 달러 등 17개 통화를 적립식으로 모을 수 있는 '외화 모으기'를 도입해 고객이 선택한 주기(매일·매주·매월)에 맞춰 원화통장에서 외화통장으로 자동 환전·적립되도록 했다. 최소 100원부터 시작할 수 있고 '뉴욕 여행 자금'처럼 여러 목표를 나눠 쌓는 방식도 허용해 외환 저축 수요를 겨냥했다.
직접 해외송금 기능도 곧 추가된다. 토스뱅크는 그동안 외화통장·환전·적립을 중심으로 제공해 온 외환 기능에 더해 내년 1월을 목표로 해외 주요국 은행 계좌로 직접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는 토스 앱을 통해 별도 해외송금 사업자와 제휴하는 방식이 주류였다면 앞으로는 토스뱅크 외화통장에서 바로 해외 은행 계좌로 돈을 보낼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셈이다.
모회사 격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해외송금 채널 자체를 키우고 있다. 토스는 국내 체류 외국인 전용 해외송금 서비스의 송금 가능 국가를 기존 14개국에서 50개국으로 확대했다. 글로벌 외환 솔루션 기업 센트비와 손잡고 일본·캐나다·호주에 이어 홍콩·인도·싱가포르·튀르키예·파키스탄·말레이시아·영국·프랑스·독일 등 36개국을 추가한 결과다.
수수료 정책도 공격적이다. 토스는 국내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해외송금 수수료 무료 프로모션을 내년 6월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10월 기준 약 283만명이고, 이들의 월평균 해외송금 횟수는 약 2.9회, 건당 평균 수수료는 약 3800원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용자 1인당 한 달에 약 1만1000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해 고환율 상황에서도 송금 비용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스는 송금뿐 아니라 외국인의 국내 생활 전반을 묶는 플랫폼 전략도 병행 중이다. 영어·중국어·베트남어·태국어·러시아어 등 5개 언어 기반으로 100개가 넘는 기능을 제공하고, 외국인등록사실증명서·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 각종 행정 서류를 앱에서 바로 발급할 수 있게 했다. 병원비 환급 신청, 얼굴 인식 결제(페이스페이) 등록 등 생활 서비스도 더해지면서 외국인 이용자의 자산·결제·행정 업무를 한 앱에서 처리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토스뱅크는 그동안 외화통장·환전·적립을 중심으로 제공해 온 외환 기능에 더해 내년 1월을 목표로 해외 주요국 은행 계좌로 직접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토스뱅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경쟁 구도도 만만치 않다. 해외송금 시장에서는 이미 카카오뱅크와 한패스(Hanpass)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한패스의 연간 송금액은 2조원, 누적 송금액은 지난 4월 10조원을 넘겼고 카카오뱅크 역시 누적 해외송금액이 수십억달러 규모로 성장한 상태다. 반대로 카드사들은 고환율 기조와 규제 부담 등을 이유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잇따라 접고 있어 인터넷은행·핀테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양상이다.
한편, 정부는 '외화 유출 억제'와 외환시장 안정을 중요한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외환당국은 고환율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토스와 토스뱅크의 해외송금 서비스는 주로 외국인 근로자·유학생의 생활비 송금 등 소액·실수요 중심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투기성 자금 이동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환 규제와 시장 변동성이라는 외부 변수 속 외국인과 해외 소비·투자를 중심으로 한 고객 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키워낼 수 있을지가 토스뱅크 글로벌 전략의 성패를 가를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환율 국면에 외환 사업을 키우는 건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리스크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외국인·해외 소비 수요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며 "토스뱅크는 외화통장·환전·송금을 한 번에 묶어서 '글로벌 계좌' 포지셔닝을 노리는 만큼 고객 락인 효과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송금 시장은 이미 특화 업체와 시중은행이 포진해 있어서 단순 수수료 인하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며 "토스뱅크는 토스 앱 안에서 계좌 개설, 환전, 적립, 송금, 생활 서비스까지 한 번에 엮는 '올인원 경험'을 내세우고 있어 결국 고객들이 얼마나 자주·오래 쓰게 만들 수 있느냐가 글로벌 베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seonyeo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