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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사설] 이 대통령 ‘서울시장 출마’ 구청장 공개 칭찬,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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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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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특정 기초단체장을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8일 서울 성동구민의 구정 만족도가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정원오 (성동)구청장님이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저의 성남(시장 시절)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듯”이라고 썼다. 해당 조사는 성동구가 자체 실시한 것으로, "성동구가 일을 잘한다”는 응답이 92.9%에 달했다. 국정과 관련해 최근 특출난 정책·행정 성과를 낸 것도 아닌데 대통령이 개별 구청장 지지율을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추어올린 것은 정치적 오해 소지가 다분하다.

    정 구청장은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그는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서울시장 선거 출마 뜻을 굳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힘을 싣고 정 구청장이 화답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정 구청장에겐 천군만마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여권에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을 ‘다크호스’로 띄우려는 것 아니냐” 등의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중앙지방협력회의를 개최하면서 성동구를 ‘창의정책 우수 자치구’로 선정해 정 구청장을 오찬 등에 참석시킨 바 있다.

    공직선거법상 공직자는 선거 중립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 민주 국가에선 당연한 일이다.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대통령이 엄정 중립을 지키기는커녕 '선거 개입'으로 비칠 만한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 공개 칭찬 여파를 알면서 정치적 목적을 갖고 했어도, '대통령의 말'의 무게에 둔감한 나머지 모르고 했어도 문제다.

    이재명 정부의 첫 중간평가 격인 내년 지방선거 결과는 남은 임기 국정 동력을 좌우하게 된다.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집권세력으로서 '보이지 않는 손'을 선거판에 등장시키려는 유혹이 있겠으나, 그럴수록 자중해야 한다. 내란세력 심판을 요구하며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강조한 이 대통령이 내로남불의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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