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에 맞선 전 美 CDC 국장도 이름 올려
첫 크리스퍼 맞춤형 유전체 치료 받은 아기도 선정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앞줄 오른쪽). 관영 중국중앙TV(CCTV)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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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가 9일 발표한 ‘2025년 과학계 10대 인물’에 중국의 추론형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R1’을 개발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량원펑 최고경영자(CEO)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 과학자 2명이 선정되면서 중국의 과학굴기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네이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백신 예산 삭감에 반대했다 해임된 수전 모나레즈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등 ‘과학적 진실성’을 위해 노력한 연구자들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네이처는 량원펑 CEO를 선정하며 "딥시크는 기존 최고 수준의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훨씬 적은 자원으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구축해 AI 생태계를 뒤흔들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네이처는 또 딥시크가 ‘오픈 웨이트’ 형태로 출시된 것에 주목했다. 모델의 일부 코드와 가중치를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또 딥시크가 "모방의 대가에서 진정한 혁신가로 변모하는 중국 과학계를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중국과학원 심해과학공학연구소의 지구과학자인 두멍란 박사도 올해의 10인으로 꼽혔다. 두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잠수정을 타고 일본 북동쪽 쿠릴-캄차카 해구 속을 탐사해 해수면 아래 9,000m의 심해 생태계를 발견했고, 올해 이 내용을 발표한 업적이 인정을 받았다.
수전 모나레즈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네이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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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는 올해 과학계에서 과학자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인물들도 주목했다. 모나레즈 전 미국 CDC 국장은 10대 인물 목록에 첫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8월 취임한 모나레즈 전 국장은 한 달도 안 돼 경질됐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부 장관이 지시한 △CDC 내부 주요 과학자 해고 △과학적 데이터를 검토하지 않은 백신 권고안 사전 승인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백신 반대론자로 알려져 있다. 모나레즈 전 국장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편의를 위해 도덕적 과학적 진실성을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도 과학계의 연구부정 행위를 고발한 데이터과학자 아찰 아그라왈 박사도 선정됐다. 그는 인도 학계에 표절과 데이터 조작 등의 부정행위가 만연하지만 좋은 대학평가를 받기 위해 이를 용인하는 것을 목격하고, 2022년부터 연구진실성 문제를 고발하는 ‘인도 리서치 워치’를 시작했다. 아그라왈 박사의 영향을 받아 지난 8월부터 인도 정부는 대학 평가 과정에 부정행위에 따른 논문 철회 여부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유전질환인 ‘카르바모일 인산 합성효소 1(CPS1) 결핍증'으로 세계에서 처음 맞춤형 크리스퍼 가위 기술 기반의 유전체 편집 치료를 받은 아기 KJ 멀둔. 네이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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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는 인류 질병 해결에 기여한 인물들도 주목했다. 그중에는 맞춤형 크리스퍼 가위 기술 기반 유전체 편집 치료를 받은 최초의 인물인 두 살 아기 KJ 멀둔도 꼽혔다. 아기는 ‘카르바모일 인산 합성효소 1(CPS1) 결핍증'이라는 초희귀 유전 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주치의인 미국 필라델피아주 아동병원의 소아과 의사 레베카 아렌스-니클라스를 비롯한 학계·산업계 연구팀이 모여 아기를 위한 맞춤형 유전자 치료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렌스-니클라스 박사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 접근 방식을 더 많은 아이에게 적용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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