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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사격장 갖춘 예비군훈련장
지난 8일 오후 세종시 연서면 육군 32보병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이곳 주요 시설인 VR(가상현실)사격장에 들어서자 예비군 20여명이 사격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발사대와 5m정도 떨어진 스크린에 표적이 뜨자 잇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소총은 K-2소총과 모양·무게 등이 같은 모형 총기이며, 실탄 대신 레이저가 발사됐다. 이 순간 총소리도 들렸다. 스크린에는 표적 거리가 표시됐다. 50m·70m·100m·150m·200m·250m 등 실탄 사격장에서 적용되는 거리였다.
세종시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이 지난 10월16일 열렸다. 김성태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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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10여발의 사격이 끝나자 스크린에는 명중 숫자가 표시됐다. 훈련장 측은 "실제 사격장 훈련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크린에 시가지가 펼쳐졌다. VR시가전용 영상이었다. 예비군들은 스크린에 나타난 적과 총격전을 벌였다. 적군 사상자 숫자가 나오고, 예비군이 적에게 총을 맞으면 사망으로 표시됐다. 사격 훈련을 한 예비군 최준서(24)씨는 “VR시설을 이용한 사격 훈련이 체계적이고 게임처럼 재미있다”라며 “과거 지루하고 하품만 나오던 예비군 훈련과 차원이 다르게 몰입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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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8곳에 첨단과학화 예비군훈련장 조성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이 예비군 훈련에 변화를 몰고 왔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4.0’일환으로 2013년부터 전국의 예비군훈련장을 과학화 시설로 바꾸고 있다. 이에 현재 전국 28곳에 과학화예비군 훈련장이 생겼다. 국방부는 2030년까지 4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종전 202곳에 달했던 예비군 훈련장은 현역 장병 훈련장 등으로 활용된다.
지난 8일 세종시 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시가전 훈련을 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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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과학화예비군훈련장(세종훈련장)은 2023년 1월 공사를 시작해 지난 10월 16일 문을 열었다. 383억원을 들여 7만9200㎡ 규모로 만든 세종훈련장에서는 1000명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다.
세종훈련장은 ICT를 기반으로 한 VR사격장과 실내 실탄 사격장, 시가지와 야외 전술 훈련 시설, 안보교육관 등을 갖추고 있다. 김동욱(중령) 예비군 훈련대장은 “새로운 시설을 갖춘 예비군 훈련장은 혹서기나 폭우 등 악천후 속에서도 훈련이 가능한 게 장점”이라며 “입소부터 퇴소까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한 ‘스마트 예비군훈련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세종시 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교관에게 시가전시 주의상을 전달받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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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세종시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의 지휘소에서 교관이 훈련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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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탄환으로 무장한 채 시가전
과거 예비군훈련장과 가장 크게 달라진 시설은 VR사격장이외에 실내 사격장, 시가전 시설 등이 있다. 실내 사격장은 25m거리에 있는 표적을 향해 실탄을 쏜다. 총소리는 외부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다. 훈련장 김동훈 대위는 “기존 예비군 훈련장에서 사격 훈련에 따른 소음 민원이 없고, 안전사고 가능성도 훨씬 줄었다”고 말했다.
야외 시가전 훈련장도 눈길을 끌었다. 34개 가건물을 갖춘 곳에서 예비군 20명이 10명씩 편을 나눠 시가전을 펼쳤다. 5~7분 동안 전투하며 한 팀당 총 100발을 쏠 수 있다. 곳곳에서 '탕탕탕'총소리가 요란했다. 소총에서 발사된 레이저를 예비군이 맞으면 전투복 조끼와 헬멧 등에 부착된 센서가 부상과 사망 여부를 감지한다. 전투 결과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가 전광판에 표시되며, 그 결과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훈련장 측은 전체 훈련 성적이 상위 30%에 든 예비군들은 1시간 정도 일찍 귀가하는 혜택을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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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시가전 교관은 “훈련 첫날은 교전훈련에 이어 2~3일 차에는 깃발탈취, 인질 구출 훈련도 한다”며 “MZ세대에게 안성맞춤인 훈련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시가전을 마친 예비군 김태연씨는 “종전 이론 중심의 따분한 예비군 훈련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게 된다”며 “VR사격은 물론 시가전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김동욱 대장은 “내년부터 시가전 훈련장에 드론도 배치해 훈련 체감도를 높일 예정”이라며 “시민에 훈련시설을 무료 체험시설로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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