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능력이 5살이 된 50대 동생을 버리고 집을 나간 제부가 5년 만에 유리한 재산 분할내용이 포함된 이혼 소장을 보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기사와 상관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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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능력이 5세 수준이 된 아내를 버리고 잠적한 남편이 5년 만에 일방적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이혼 소장을 보냈다는 사연이 공개되자 법조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백한 유기이므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면서도, 피해 배우자 측에서 적극적으로 반소를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사고로 5살 지능된 아내 버리고 잠적한 남편
1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5년 전 동생을 버리고 집을 나간 제부로부터 이혼 소장을 받았다는 50대 여성 A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 씨 동생은 어린나이에 결혼해 남편과 철물점을 운영하며 딸까지 낳고 잘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결혼 20주년이 되던 해 큰 교통사고를 당해 인지능력이 5세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A 씨의 제부는 한두달 정도 아내를 돌보는 시늉을 하더니 집을 나간 뒤 연락두절됐다.
A 씨는 “아픈 엄마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조카는 매일 울면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제가 동생을 집으로 데려와 5년째 보살피고 있다”며 “갑자기 아이가 되어버린 동생을 돌보는 일은 정말 고되고 힘들었지만 남편과 아들이 이해해준 덕분에 서로 의지하며 버텨왔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제부로부터 이혼 소장이 날아왔다. 재산은 명의대로 나눠 갖자는 요청도 있었다. A 씨는 “동생 부부가 운영한 철물점 보증금과 아파트 전부 제부 명의로 돼 있다”며 “아픈 아내를 버리고 도망갔던 사람이 이제 와서 혼자 재산을 다 차지하고 이혼하겠다니, 말도 제대로 못하는 제 동생이 너무 불쌍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 “아내 버린 건 명백한 유기…이혼 청구는 원칙적 기각 대상”
라디오에 출연한 류현주 변호사는 “A 씨 동생 인지능력이 5세 수준이면 소송능력이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단독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 없고 반드시 성년후견인을 선임해야 한다”며 “성년후견인이 법원에 ‘소송대리행위를 허가해 달라’는 소송대리허가신청을 해야하고 법원이 이를 허가하면 그때 본격적으로 성년후견인이 이혼 소송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A 씨가 동생의 실질적인 보호자이기 때문에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강조됐다.
A 씨 제부가 보낸 이혼 소장과 관련해선 “아픈 아내를 버리고 집을 나간 건 명백한 유기다. 부부사이 동거, 부양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에 명백한 유책배우자인데,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 배척하고 있기 때문에 제부가 주장하는 이혼 사유로는 이혼 판결이 안 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이혼 기각보다 반소가 유리…위자료·재산분할 적극 대응해야”
다만 류 변호사는 반소 제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혼인관계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고, 재산도 대부분 제부 명의인 만큼 동생 측에서 반소를 통해 위자료와 정당한 재산분할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별거 후 제부가 혼자 취득한 재산이 아니라면 정당하게 나눌 수 있다. 금융재산은 별거 당시의 잔액과 현재 잔액을 모두 확인해서 은닉이나 탕진한 것은 없는지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연은 간병 부담, 가족 유기, 명의 편중 재산 구조가 겹치며 취약한 배우자가 극도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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