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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1 (수)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관세로 평화 강요 말라" 미국에 경고한 태국… 트럼프는 "전화 한 통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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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내각, '관세와 협상은 무관' 방침 고수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적인 교전 중단 촉구
    "장기화시 태국에 대한 미국 인식 악영향"


    한국일보

    7일 캄보디아 국경지대인 태국 시사켓주에서 태국 병사가 캄보디아군과의 충돌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뒤 병원으로 호송되고 있다. 시사켓=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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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 협상 중단을 무기로 태국과 캄보디아 간 국경 분쟁에 개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방식에 태국이 정면으로 반발했다. 양국이 휴전하지 않으면 관세를 올리겠다는 식의 압박은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1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하삭 푸앙껫깨우 태국 외무장관은 전날 “관세를 태국·캄보디아 관계와 연계해서는 안 된다”며 “무역 문제를 국경 분쟁 해결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갈등을 완화하는 것은 이웃 국가의 몫”이라며 "캄보디아가 먼저 성의를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도 지난 8일 “교전은 태국과 캄보디아 간 양자 문제”라며 제3국 중재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중단을 무기로 양국 휴전을 이끌어냈던 방식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지난 7일부터 프레아 비헤아르주(州) 국경지대에서 중화기와 F-16 전투기까지 동원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나흘간 태국군 4명과 캄보디아 민간인 9명이 숨졌다. 이번 충돌로 양국 간 휴전 협정이 휴지조각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에 "국경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태국과의 무역 협상을 잠정 중단한다"며 다시 경제적 압박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 7월에 발생한 닷새간의 국지전으로 48명이 사망하고 30만 명 넘게 대피했을 당시 미국이 관세를 고리로 양측을 압박하면서 휴전협정을 이끌어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태국은 이번에는 ‘관세를 분쟁 해결의 도구로 쓰는 미국의 방식에 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은 결국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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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태국-캄보디아 휴전 협정 서명식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아누틴 찬위라꾼(왼쪽) 태국 총리와 훈 마네트(가운데) 캄보디아 총리를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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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과 캄보디아 모두 이번 충돌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미국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명의로 “양국은 즉시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평화협정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트럼프가 ‘끝낸 전쟁’으로 홍보해온 분쟁이 다시 격화하자 워싱턴(미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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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태국 국경지대인 캄보디아 프레아 비헤아르주에서 캄보디아 병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프레아 비헤아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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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재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유세에서 파키스탄·인도, 이스라엘·이란 등 자신이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여러 분쟁을 언급한 뒤, “태국과 캄보디아 간 적대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내일 전화 한 통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태국이 강경 태도를 이어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리스크평가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프코프트의 로라 슈워츠 동남아시아 수석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트럼프가 휴전 중재에 개인적으로 관여한 만큼,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태국이 ‘신뢰할 수 있는 협상 파트너’인지에 대한 미국의 인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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