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6 정시 합격 가능선 예측 및 지원전략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부모 및 수험생이 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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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에 대한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이유로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0일 사임했다. 평가원장이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로 사임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역대 평가원장들의 중도 사퇴 이유는 대부분 출제 오류였다. 난이도 조절 실패로 물러난 첫번째 사례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사안이 엄중하다는 방증이다. 영어 영역은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된 바 있다. 그럼에도 올해 수능에선 원점수 90점 이상인 1등급 비중이 3.11%에 그쳤다. 역대 최저치인 것은 물론이고 국어·수학 등 상대평가 과목 1등급 비중인 4%에도 못 미쳤다. 평가원은 이날 오 원장의 사임을 알리며 “출제 전 과정에 대한 검토와 개선안을 마련해 향후 수능 문제가 안정적으로 출제돼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영어 절대평가 도입은 과도한 사교육 유발을 막고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난이도 조절이 고르지 못하면서 1등급 비중은 해마다 예측 불가한 수준이었다. 절대평가 도입 첫해 10.03%를 기록한 뒤로 3~12%로 1등급 비중이 들쭉날쭉했다. 안정적 출제가 어려워지면서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절대평가 도입 목적과는 점차 거리가 멀어졌다.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사교육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특히 이번 수능에선 1등급 비중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시 전형에서 탈락하는 수험생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난이도 조절 실패에 따른 여파가 크다는 의미다.
수능 출제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난이도 조절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학교 교육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겠다는 교육당국의 방침은 절대평가 영역에서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기존 출제 유형을 피하고 등급 조절을 위한 변별력을 확보한다는 점만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를 더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30년 넘게 유지되면서 한계에 봉착한 수능 출제 방식을 그대로 둔다면 공교육 강화라는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 풀이 기술을 높이려 사교육만 찾게 만든다. 교육당국이 이런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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