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MBC, 한겨레신문과 공동취재를 통해 쿠팡의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을 확인했다. 이 매뉴얼에는 노동자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그 영향을 최소화할 것인지 쿠팡 사측의 지침이 자세히 담겨 있었다.
매뉴얼에 따르면, 쿠팡은 중대재해의 원인 규명과 피해자 가족 지원, 재발 방지책 수립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대신 피해자 가족과 언론·노동조합 간 접촉 차단, 이슈 확산 방지, 정부·국회의 대응 수위 경감에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수치로만 한정해도, 올해 쿠팡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최소 8명이다. 지난 2020년부터 계산하면 29명에 달한다.
쿠팡 내부 파일 입수 '(대외비) 위기관리 대응 지침'
뉴스타파와 MBC, 한겨레신문은 쿠팡의 내부 자료를 공동 입수했다. 이 중에는 '(대외비) EHS-CFS-PG-07 위기관리 대응 지침'이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이 있었다. 2021년 1월 13일 처음 작성됐고, 2023년 3월 16일까지 쿠팡 직원에 의해 수정된 흔적이 남아 있다.
파일명 'EHS-CFS-PG'에서 EHS는 환경(Environment), 보건(Health), 안전(Safety) 담당 부서를 뜻하는 용어고, CFS는 쿠팡의 물류센터 운영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oupang Fulfillment Service)의 약자다. 이 파일을 쿠팡풀필먼트의 환경보건안전 담당 부서에서 보관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쿠팡의 위기관리 대응 지침 파일 안에는 '중대재해 발생 시 행동 지침'이란 제목의 자료가 있었다. 엑셀 표 형태로 작성됐는데, 쿠팡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각 유관 부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적은 일종의 매뉴얼이었다.
매뉴얼에서 쿠팡은 중대재해에 대한 대응을 총 7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미션과 행동지침, 담당자, 비고, 주의사항을 상세히 명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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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와 MBC, 한겨레신문이 공동 취재를 통해 입수한 쿠팡의 내부 자료인 "(대외비) EHS-CFS-PG 위기관리 대응 지침" 파일. 쿠팡의 전 직원은 이 파일에 대해 "쿠팡 본사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먼저 1단계 '사건 발생'은 일반적인 내용들로 빼곡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19와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현장 안전을 확보한 뒤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라고 적혀 있었다. 또 최초 목격자 등을 통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적은 '사건 내역(Fact Finding Sheet)'을 작성하고, 위기관리팀에 공유하라고 나왔다. 현장 CCTV 등도 확보하라고 기재됐다.
이를 위해 쿠팡은 "피해자의 가족관계 및 가족 대표를 파악하고, 소통 채널을 형성한다"고 지침을 내렸다. 그러면서 "회사가 치료(장례) 및 후속조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상호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피해자 가족이) 회사에 의지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정을 확보"하라고 했다.
이게 다는 아니었다. 쿠팡은 "(피해자 가족의) 기대치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시했다. 기대치 관리가 필요한 사례로는 "산재 승인 전 병원비, 비급여 의료용품 지원 등"이 있었다. 즉, 피해자 가족이 회사에 많은 금전적·물적 지원을 요구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피해자 가족에게 사고 경위를 설명하면서도 "CCTV, 블랙박스 등 영상물은 사용 금지"라고 매뉴얼에 적었다. 앞선 1단계(사건 발생) 지침에서 쿠팡이 작성했다는 사건 내역(Fact Finding Sheet)도 "피해자 가족, 의료진 등 외부인에게 보여주기 및 공유 금지"라고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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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에서 사건 발생 직후 현장 사진을 촬영하고, CCTV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사고 경위를 담은 사건 내역도 작성하라고 했다. 하지만 CCTV 영상과 사건 내역을 피해 노동자 가족에게는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
강민욱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사업장 안에서 노동자가 정말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가 드러나는 게 현장 CCTV다. 그걸 보면 당연히 유족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할 거다. 그래서 노동 현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까 봐, 이를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유족 요청에도 CCTV를 사측이 못 보게 한 사례를 봤다"고 밝혔다.
이 외에 2단계 지침에는 "병원 주변의 동향(기자, 노조 등)을 파악해 ER 및 PR 등 관련 부서에 즉각 전달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3단계 '장례식장' : 유족을 포섭하고, 노조를 차단하라
3단계는 '장례식장'이다. 노동자가 사망해 빈소가 차려졌을 경우, 대응 지침을 적어 놓은 부분이다. 3단계의 미션은 "유족을 우리 편으로 만들고, 오염된 정보를 차단한다"다.
오염된 정보 차단을 위해서는 "장례식 대응팀을 구성해 장례식을 지원하고", "거짓된 사실이 유족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장례식 대응팀 2명 이상이 유족 주변을 지킨다"고 지시했다. "필요시 삼우제(장례식 종료 2일 후 장지에서 지내는 제사)까지 참석"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실제 지난해 사망한 쿠팡 노동자 고 김명규 씨의 배우자 우다경 씨는"(쿠팡 직원이) 장례식장에 계속 와 있었다. 담당한 사람이 끝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쿠팡 노조 관계자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전했다.
우리가 장례식장을 가면, 회사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노조가 어떻게 알고 왔냐'는 거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한테 알게 된 방법을 물어본다. 생략된 말은 당연히 '우리가 이렇게 철저하게 비밀로 부쳤고 통제했는데 너네는 어떻게 알게 된 거냐.' 회사가 장례식장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장례식장을 갔을 때도 회사 직원들 3~4명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상주하는 모습을 봤다.
- 정성용 /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장
회사가 와서 장례식장에 계속 있다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유족들도 사회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다 알 것이라고 본다. 회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또 회사가 원하는 게 노조, 언론과 상반돼 있다는 것도 알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쿠팡과 같은 큰 회사를 상대로, 가족의 죽음에 대해 (언론·노조 등과) 얘기를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울 거라고 본다. 소름끼칠 정도로 조직적이고 디테일한다는 생각이 든다. 유족에 대한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려고 말이다.또 2단계 지침에는 "유혹적인 선동이나, 잘못된 정보가 많이 들어올 수 있는데 (유족이)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다", "노조 등의 허위 주장에 적극 반박한다(거짓임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내용이 있었다. 동시에 쿠팡은 "(유족에게) 이슈 외부화 진행 시 우려사항을 안내"하라고도 지시했다. 유족이 언론, 노조 등과 접촉하지 않도록 설득해 사고 관련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 강민욱 /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
강민욱 위원장은 "유족에게 '이슈 외부화 진행 시 우려사항'이 무엇인지 직접 들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쿠팡이 말하는 '외부'는 노조, 언론, 정치권이다. 사고 직후 유족은 장례를 치르는 등 정신이 없는데, 그때 회사는 '노조나 언론, 정치권과 접촉하면 여러 군데 불려 다니면서 기자회견도 해야 하고, 귀찮은 일들이 굉장히 많을 거다'고 얘기한다고 한다. 특히 언론을 콕 집어 '기자들이 엄청 전화해 힘들게 할 거다'고 말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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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 중 3단계 '장례식장'에 나오는 내용. 피해 노동자 유가족에게 "이슈 외부화 진행시 우려사항을 안내"하라고 돼 있다. 유가족이 언론, 노조, 정치권 등과 접촉하지 않게 설득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4단계 '언론 대응'의 미션은 "기자(언론)가 정확한 팩트를 알게 하고, 왜곡된 주장 또는 취재 시 즉각 반박한다"이다.
4단계에서 쿠팡은 "기자의 취재 의도, 노조의 주장을 수집해 PR팀(홍보팀)에 보낸다", "사실과 다른 주장, 왜곡 보도 시 강력대응할 것임을 각인시킨다"고 지침을 내렸다. 또 "언론이 장지까지 동행할 경우, 언론의 취재가 있는지 확인하고 대응한다"고 지시했다.
관련해 강민욱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경상북도 경산에서 쿠팡 물건을 배송하다가 새벽 폭우에 휩쓸려서 사망한 분이 있었다. 그때 장례식장에 갔는데, 쿠팡 직원이 장례식장 주변에서 계속 확인하고, 장지까지 따라가는 모습을 봤다"고 설명했다.
5단계 '경찰 대응'의 미션은 "경찰에 오염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도록 방지하고, 수사 동향을 파악해 전파한다"이다. 사고 발생 후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처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한 행동 지침으로는 "경찰이 유족 조사차 장례식장을 방문했을 때, 사실과 다른 내용이 경찰에게 진술될 경우 반박하고 소명한다"가 있었다. "회사 직원의 경찰 출두 시 지원한다"는 지침도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 쿠팡은 "수사 과정 사이의 리스크를 사전 검토해 유불리를 판단하고, 적극적 대응을 할지, 방어적 대응을 할지 등 판단 정보를 제공"하라고 법무팀 등에 지침을 내렸다.
노조와 언론의 동향을 수집하라는 지침은 5단계에도 등장했다. "외부 노조단체의 개입 동향을 파악하고, 내부에 전파한다", "노동단체의 집회 및 시위 정보를 파악한다", "사건의 외부 확대 가능성과 언론 취재 가능성을 파악하고 전파한다"는 게 대표적이었다. 또 언론의 "유족 및 가족 접촉 여부"를 파악하고, "각 지방경찰청, 경찰서 정보과(집회·시위 담당 부서)를 확인"하라고도 돼 있었다.
이에 대해 손익찬 변호사는 "(사고를) 계속 개인화시키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좋다. 개인의 실수, 개인적인 문제로 귀결이 돼야지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로 퍼져가는 건 막겠다는 거다. 그래서 유가족과 외부 사람들이 만나는 것, 노조를 만나는 것도 최대한 차단할 수 있을 만큼 차단하려고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다. 그 연장선상에서 집회나 시위가 있으면, 관련 정보를 먼저 파악해서 대응하겠다는 내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6단계 '고용노동부 대응' : 네트워킹 가동하라
6단계는 '고용노동부 대응'이다. 미션은 "작업중지 명령을 방지하고, 사건의 확대 해석을 막는다"이다.
작업중지 명령은 노동부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사고 원인이 밝혀지고, 위험 요인이 개선되기 전까지 현장 작업을 중단시키는 조치를 말한다. 쿠팡으로서는 사업장 내 일부 공정의 가동이 멈춘다는 뜻이다. 당연히 물류센터 운영, 상품 배송 등에 문제가 생기며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쿠팡은 매뉴얼에서 "Net working(네트워킹) 가동을 통해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썼다. 네트워킹 가동의 담당 부서 중 하나로는 GR(Government Relations)팀이 지정됐다. GR팀은 정부, 국회 등을 상대로 대외 협력 업무, 즉 로비를 하는 일명 대관팀이다. GR팀에 네트워킹을 가동하라는 것은 중대재해로 인한 회사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부에 로비를 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쿠팡은 올해 5~6월 노동부 공무원 8명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장(5급), 노동부 노사관계지원과 사무관(5급),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2과장(5급), 성남지방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근로감독관(6급) 등이다.
또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4급 이상 공무원 44명을 영입했다. 이중에는 대통령비서실(4명), 공정거래위원회(3명), 검찰(3명), 감사원(1명), 국가안보실(1명), 기획재정부(1명) 출신도 포함됐다. 쿠팡에 간 공무원 중 상당수는 대관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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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 중 6단계 '고용노동부'에 나오는 내용. 노동부를 상대로 "Net working(네트워킹)을 가동해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도록 한다"고 적혀 있다. 대관팀을 통해 노동부에 로비를 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마지막 7단계는 '국회 대응'이다. 7단계의 미션은 "국회를 대상으로 신속히 소명함으로써 왜곡된 정보 전달을 차단하고 이슈 확산을 조기 방어한다"이다. 담당 부서로는 GR, 대관팀이 지정됐다. 역시 로비를 해 국회가 노동자 사망 사고를 공론화하지 않도록 막으라는 얘기로 읽힌다.
이를 위해 쿠팡은 "각 정당 및 소관 상임위원회 의원실의 관심 수준 파악", "사건 개요 및 사실관계 등에 관한 설명 필요 여부 판단", "설명 필요시 설명자료 작성 및 의원실 등 대상 설명 진행" 등 대관팀이 맡아야 할 업무를 상세히 나열했다.
쿠팡에는 국회 보좌 직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 자료와 뉴스타파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쿠팡이 영입한 국회 보좌진 출신은 최소 23명이다. 2020년 4명, 2021년 3명, 2024년 4명, 올해 10명(시기 미상 2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쿠팡 영입 후 대관팀에 들어가 국회를 전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뉴스타파 취재에 응한 한 현직 국회 보좌 직원은 "쿠팡 대표나 임원을 국정감사에 부르려고 하면 쿠팡 대관팀의 보좌진 출신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좋게 넘어갈 수 없겠느냐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현직 보좌 직원은 "쿠팡 사망 사고에 대해 알아보던 중 대관팀에서 밥을 먹자며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같은 당에서 일했던 보좌관 선배였다"며 "쿠팡 대관팀에서 민주당 출신은 민주당 의원실을 맡고, 국민의힘 출신은 국민의힘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쿠팡은 바뀌지 않는다 2] ③ 로켓배송의 '방패'... 영입인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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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에 나온 (왼쪽부터) 강한승 당시 쿠팡 대표이사(현 미국 모회사 쿠팡Inc 북미 사업개발 총괄),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이사,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 이날 국회 보좌진 출신 대관팀 직원들이 쿠팡 경영진을 수행했다.
쿠팡 사망 노동자는 올해만 최소 8명이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1월까지 따지면, 29명에 달한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수치만 이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타파와 MBC, 한겨레신문이 확인한 쿠팡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은 쿠팡이 노동자 사망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대처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매뉴얼에서 쿠팡은 중대재해의 원인을 투명하게 밝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유가족을 지원하는 데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반면, 유가족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그들이 언론과 노조의 '오염된 정보', '유혹적인 선동'에 넘어가지 않게 하고, 사고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고, 언론과 경찰, 노조의 동향을 파악하고, 노동부와 국회에 로비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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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수치만 따져도, 올해 쿠팡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8명이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1월까지는 29명이다. 사진은 지난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사옥 앞에 있던 쿠팡 사망 노동자 추모 전시물.
강민욱 위원장은 "사회적 비판이나 노동자들의 외침에 대해 어떻게 근본적으로 고칠까가 아니라 이런 매뉴얼을 만들어 사고 사실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 하는 게 쿠팡의 본모습이다. 2020년부터 20명이 넘게 사망했는데, 알려진 것만 그렇다. 이 매뉴얼이 실제 적용되면서, 알려지지 않은 훨씬 더 많은 죽음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손익찬 변호사는 "진정으로 중대재해를 심각하게 바라본다면, 매뉴얼에 '사고 조사를 이렇게 했는데, 유사한 위험 요인이 있는 다른 작업이나 사업장이 또 있지 않을까'라며 관련 예방·주의 사항을 전파한다는 내용 등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전혀 없다. 유가족에게 이후라도 사고에 대한 조사 내용을 설명해준다는 부분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재발 방지나 반성, 사과를 크게 생각하지 않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상황을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관리하겠다',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만 보인다. 쿠팡의 기업 문화가 이런 데서도 배어나온다고 생각한다. 합법, 위법의 차원을 떠나 국민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윤리 의식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 매뉴얼을 보고 굉장히 반사회적이고, 비인간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쿠팡은 지난 9일, 대외비 문건인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을 누구의 지시로 만든 것인지, 매뉴얼을 만든 동기와 목적은 무엇인지 등을 묻는 서면 질의에 "PG는 'Procedure General로 표준절차를 뜻한다"며 "해당 자료는 승인되지 않은 문서이고, 문제의 자료인 EHS-CFS-PG-07과 동일한 문서 번호의 다른 규정(도급공사 안전보건 관리 지침)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또 "쿠팡풀필먼트에서는 사업장 내 각종 안전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중대재해 및 비상대응 규정' 등을 제정해 2022년 3월부터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 손익찬 / 노동 전문 변호사
※ 아래 링크를 통해 쿠팡의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 사본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쿠팡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 다운로드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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