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시 ‘제로 스토어 망원성산 디모데점’ 오픈 준비가 한창인 매장 앞에 선 허디모데 대표. 매장은 지난 5일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월드비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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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경험을 ‘삶 전체의 나눔’으로 확장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월드비전에서 16년 동안 일한 뒤 퇴직금 전액을 출자해, 다시 ‘100% 순익 기부 가게’라는 전례 없는 모델을 창업한 허디모데 대표의 선택이 유독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는 지난 10월31일, 직원 최초로 월드비전 고액후원자 모임 ‘밥 피어스 아너 클럽’(Bob Pierce Honor Club)에 위촉됐다.
허 대표는 월드비전의 전문성과 투명성의 산증인이 되기 위해 ‘100% 기부 모델’을 실현할 수 있는 ‘제로 스토어 망원성산 디모데점’를 운영하며 새로운 선택에 도전하고 있다.
제로 스토어는 저칼로리·제로 칼로리·저당 간식과 음료, 식료품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무인 편의점 형태의 브랜드로, 전국 150여 개 매장이 빠르게 늘어나는 프랜차이즈다. 허 대표는 이 모델이 “타 자영업자의 생계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독자적 시장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그의 매장은 운영비를 제외한 ‘순익 100% 기부’, 창업비 회수도 하지 않는 ‘진짜 100% 기부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허 대표가 정의하는 순익은 “매출에서 월세·전기세·판매 상품 구입비 등 운영비만 제외한 모든 금액”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인건비를 따로 책정하지 않고, 창업비도 순익에서 공제하지 않는다. 창업비를 회수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부를 위한 가게’라는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그는 이를 “후원 동업”이라고 부른다.
“일반 소비자가 이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순간, 그 유통 이익 전부가 사회로 환원된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다른 가게에서 사도 되는 물건이지만, 이곳에서 사는 것만으로 후원 경험을 할 수 있다. 일상 소비와 후원이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지점이다.”
매장 내부에는 ‘이곳에서의 소비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디스플레이로 소개된다. 물론 월드비전의 사례도 볼 수 있다. 허 대표가 나눔을 바라보는 방식은 해외 현장에서 만난 ‘보이지 않는 조력자들’의 영향도 깊게 자리한다. 월드비전의 직원도, 후원 대상자도 아니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내어놓던 사람들. 그는 “아무 보상 없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보며 큰 영감을 받았다”고 회상한다.
“최악의 경우 적자가 이어져 개인 재산을 써야 할 수도 있다”며 리스크를 인정하는 허 대표가 이 사업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한국 사회에 적어도 한 곳쯤은 ‘일상 소비가 100% 기부되는’ 구조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 모델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다른 매장이나 창업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각 지역마다 한 곳씩은 기부 기반 가게가 생겨나기를 꿈꾼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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