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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대차 시장을 지켜보면서 정부가 의도한 방향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전세 사기 후폭풍 속에서 임대인 정보 공개가 강화되었고, 임대인에 대한 규제와 책la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대차보호법 역시, 임차인에게만 과도하게 유리한 내용으로 개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의 반대 급부로, 이제는 임차인까지 납부 이력과 평판, 신용도를 공개하는 새로운 임대차 모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임차인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오랫동안 임대인에게 규제와 의무를 집중시켜 왔습니다. 전세사기 방지를 이유로 한 임대인의 정보 공개 강화, 계약 갱신 기간 연장, 임차권 등기를 통한 강제경매 허용 등의 논의는 모두 임대인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가져오기 마련입니다.
임대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정책 환경에서는 필연적으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려는 반작용이 발생합니다. 임대인은 더 위험 부담을 지고 있기에 임차인을 더욱 선별하고, 가능하면 안정적인 임차인만 받으려는 경향이 강화됩니다. 이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자기방어 논리입니다.
이번 임차인 신용 스크리닝 제도 도입 논의는 이러한 반작용을 제도화한 흐름입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의 납부 이력, 신용점수, 이전 임대인의 평가 등을 계약 전부터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임대인·임차인 간의 공정한 거래 체계처럼 보이지만 예상되는 결과는 다릅니다.
이 제도가 자리 잡을 경우, 가장 큰 변화는 임차인의 계층 및 계급화입니다. 우량 신용을 가진 임차인은 상대적으로 경쟁 없이 좋은 우량 물건에 접근하지만, 그렇지 않은 임차인은 열악한 물건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전세 가격 급등과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입니다.
임차인 사이의 계급화 및 양극화는 이미 서구권 선행 사례에서 증명되었습니다. 서구권에서는 임차인 면접제와 신용 검증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신용이 낮은 임차인은 중심지 접근이 차단되고, 낙후된 지역이나 권리관계 불안 물건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같은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차인의 납부 이력과 생활 패턴까지 공개되는 구조는 임차인 보호가 아니라 임차인 간의 경쟁을 강화하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량 임차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는 임차인 간 격차 확대, 다시 말해 임차인 간의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흐름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임대차 시장이 사실상 신용 기반 경쟁 체제로 완전히 전환한다는 점입니다. 신용 점수와 평판이 집을 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면 대다수의 임차인의 선택권은 현저히 좁아집니다. 금융 신용 하락이나 일시적 소득 변동도 주거 안정성을 크게 흔드는 변수가 됩니다.
과도하게 임대인에게 책임과 규제를 지우는 정책은 결과적으로는 임차인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임대인만 일방적으로 규제하면 결국 시장은 임차인을 대상으로 더 강한 스크리닝으로 대응하고, 그 부담은 다시 임차인에게 돌아옵니다. 과도한 규제가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임차인의 문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임차인 신용 스크리닝 제도는 임대인 정보 공개와 결합하여 시장을 더욱 경직된 구조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임대인은 더 가려받고, 임차인은 더 경쟁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주거 접근성은 더욱 악화됩니다. 특히 청년층, 저신용자, 프리랜서, 저소득층은 월세조차도 주거 사다리 접근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 논리와 균형을 무시한 채 특정 집단만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정책은 언제나 부작용을 낳습니다. 임대차 시장은 계약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한쪽만을 옥죄면 반드시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그 피해는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누적됩니다.
결국 임차인 보호 강화라는 명분에서 야기된, 이번 임대인·임차인 쌍방 정보 공개 제도는 임차인을 더 위험한 시장으로 내모는 제도가 될 수 있습니다. 임대차 시장이 시작부터 신용 경쟁 시스템으로 변하면 임차인은 더 좁은 선택권, 더 높은 진입장벽, 더 명확한 계급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임차인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제도가 아니라 임차인을 더 약자로 만드는 제도입니다.
정책은 현실적이고 균형 잡혀야 지속 가능합니다. 임대인에게만 부담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결국 임차인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려면 임대인의 방어 본능을 자극하는 규제보다 시장의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는 방향이 더 현실적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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