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대감에 귀금속 수요 늘고
AI 반도체-전기차 등엔 필수 소재로
“일단 쟁여놓고 보자” 투자 심리 자극
국제결제은행 “거품 징후” 과열 경고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실버바를 내보이고 있다. 2025.9.2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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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약 31.1g)당 60달러(약 8만8000원)를 넘겼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과 수요 급증이 겹쳐 은값이 올해만 100% 넘게 급등하는 역사적인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은 현물 가격은 전날 대비 4.5% 오른 트로이온스당 60.8달러에 거래됐다. 은 가격이 역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60달러의 벽을 넘긴 것이다. 금융 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 말 트로이온스당 28.9달러였던 은 가격은 올해 들어 110.2%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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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가격 급등 배경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0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이나 은행 예금 등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금이나 은 등 귀금속 투자에 수요가 몰린다.
산업용 수요가 증가한 점도 은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은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등 첨단 산업에 두루 쓰이는 소재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년간 산업계에서 은 수요가 약 18% 급증했다”고 짚었다.
여기에다가 세계 2위의 은 투자국인 인도의 중앙은행이 최근 은 담보 대출을 공식 허용하면서 투자 수요를 한층 자극했다. 미국 정부가 핵심 광물로 지정한 은에 조만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은을 쟁여 두려는 수요가 늘었다.
하지만 올해 세계 광산에서 생산되는 은은 8억1300만 트로이온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연간 생산량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다.
은 가격 상승세는 한동안 막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은 가격은 조만간 70달러에 도달하고 2026년에는 2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은 더 많은 금, 은,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살 때고 이 중 은이 가장 좋고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자산 시장의 가격 상승이 과열됐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은 8일(현지 시간) 분기 보고서를 통해 “금과 주식이 동시에 거품 영역에 진입한 것은 50년 만에 처음”이라며 “금과 미국 주식 모두 투기적 흥분과 밸류에이션 급등 등 거품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이크 맥글론도 “(은 가격 상승세가) 다소 불안하다”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이 온스당 75달러까지 오르거나 40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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