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특파원의 워싱턴 플레이북
베네수→쿠바로 향하던 유조선
금융제재→물리적 조치로 수위 올려
마두로 자금줄 차단···쿠바도 압박
주말 새 추가 조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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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억류했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의 '석유 자금줄'을 끊으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전략(NSS)문서에서 '먼로 독트린(유럽대륙에 대한 미국의 불간섭, 미국대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강화)'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 라운드테이블에서 "방금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억류했다"며 "억류한 유조선 중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일들도 진행 중이며 나중에 보게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미 인터넷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최대 32만 톤의 원유를 운송할 수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며 쿠바로 향하던 선박이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산 석유는 통상 쿠바로 건너가 암시장을 통해 저가에 주로 중국으로 환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대 베네수엘라 조치를 금융제재에서 물리적 제재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1기 때도 행정부 내 매파가 베네수엘라 유조선 한 척을 억류하자고 제안했지만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마크 에스퍼가 제지했다"며 "미국이 이처럼 베네수엘라의 대형 유조선을 억류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또 마두로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려는 조치이기도 하다. 1990년대 후반 하루 3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던 베네수엘라였지만 지금은 생산량이 70% 이상 급감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세계 산유국 순위에서 21위에 그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외화 중 95%가 석유 수출에서 나오는 등 국가 경제는 전체적으로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아울러 쿠바로 향하던 유조선을 억류함으로써 마두로 정권의 '뒷배'가 되는 쿠바도 압박하는 효과도 미국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조치에도 국제유가는 소폭 상승하는 등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일 공개한 NSS에서 "우리는 세계의 모든 지역과 문제에 똑같이 주의를 기울일 여력이 없다"며 "먼로 독트린을 시행해 서반구(아메리카 대륙)에서의 미국의 탁월함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조치는 이를 실행에 옮겼다는 의미가 있다.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동안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을 시사했다"며 "대통령이 사석에서 '준비하라,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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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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