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공식인 E=mC²은 에너지와 질량이 서로 변환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는 어떤 특정한 조건에서만 성립하는 방정식이긴 해도 결국 지하로 들어가서는, 저 흙과 이 눈이 서로 붕괴되고 삼투해서 골고루 같아지는 것처럼, 물질과 에너지는 골고루 너나들이하고, 물질을 태우면 열과 빛이 방출되듯, 결국 힘(E)은 곧 물질(m)임은 물론 나아가 빛(C)이라고 한다면 무식한 자의 헛소리인가.
생명이란 한 덩어리의 물체가, 특별하고 특수한 신분을 유지하며, 가장 깊다는 피부를 경계로 삼아, 허락받은 일정 기간 동안, ‘물질=생명’임을 자각하여 각자의 이름을 걸고, 제 몫의 생을 운영하다가, 정처 없는 먼지로 산산이 흩어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한편, 모든 무덤은 실은 텅 비어 있는데, 일생 몸이라는 모양에 갇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살다가, 비로소 획득한 저 분방함을 방치한 채 무덤에 가둔다고 뉘라서 외출도 않고 그 안에 얌전히 있겠는가. 그러니 스스럼없이 흙과 내통해서 반죽이 되고 남김없이 곤죽이 되어, 먼지보다 더 작게 발산하여 나무 안으로 들어가서, 공중을 딛고 허공을 지나 저 에너지의 근원인 태양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 해서 그의 궁극의 목표란 무게도, 부피도, 위치도 없는 빛알갱이가 되어 천하에 일정하게 동시에 존재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다보탑처럼 단정한 방정식 E=mC²을 따라가다 보면, 한 토막의 이중나선 같은 이퀄(=)로 연결되는 것이니,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내내 방황하다가 고향의 언덕을 경유하여 목숨의 뒤안길을 감쪽같이 넘어간다 해도, 그리 무섭거나 힘들지 않고, 차라리 기꺼이 그 적막 앞에서 견딜 힘을 길어올리는 건, 저 탄복할 공식 ‘이이꼴엠씨스퀘어’에서 빛을 발견하는, 그것도 제곱으로 손에 쥐는 덕분이 아니겠는가.
손바닥을 오므려 운명의 무늬와 그 안에서 와글와글 떠들썩하게 뛰노는 햇살, 부피가 없기에 아무런 그림자도 그늘도 다시 말해 한 방울의 업보도 거느리지 않는, 이 세계 내 유일한 존재인 햇빛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저 자유까지의 거리가 너무나 아득해서 그만 눈물 글썽, 문득 휘청거리는 어느 스산한 겨울 저녁.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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