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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김경식의 이세계 ESG]탄소중립과 세 가지 희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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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정부는 지난달 11일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했다. 2018년 순배출량(7억4230만tCO₂eq) 대비 2035년 53~61%를 감축하는 것이다. 2030년 NDC(40% 감축)가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과 5년 뒤 목표로 다시 한번 높은 감축률을 확정했다. 2050 탄소중립이라는 대전제를 감안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목표는 정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감축목표의 핵심 수단 몇몇이 높은 확률로 2035년이든 2050년이든 상용화 가능성이 낮다는 데에 있다. 산업계와 정부, 그리고 심지어 일반인들에게도 희망고문을 주는 세 가지 감축 수단으로 탄소 포집·이용·저장(CCUS),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환원제철(HRI)이 있다.

    감축 수단, 상용화 가능성 낮아

    CCUS는 석탄발전, 가스발전, 시멘트 제조, 철강 제조 등에서 연·원료를 소비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이용하거나 저장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발생하는 가스 속에 포함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3~20% 수준이다. 농도가 낮을수록 이산화탄소 포집에 드는 설비 용량과 비용은 지수적으로 증가한다. 석탄발전소의 경우 배출 가스 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한 설비 규모는 무려 발전설비의 6배에 달한다. 이렇게 포집을 하더라도 발전효율이 20~30% 감소하게 되는 문제가 추가로 발생한다.

    여기에다 포집설비는 모듈화가 불가능해 프로젝트마다 별도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또 있다. 이러한 이유로 CCUS 중 Carbon Capture, 즉 포집만 하는 데에도 비용이 이산화탄소 t당 60~150달러로 추산된다. 추가로 이렇게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대규모 저장층이 있는 곳으로 이송·저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동아시아 국가의 경우 불리한 입지조건으로 인해 70~140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철강의 경우 포집·이송·저장(CCS)을 통틀어 최대 290달러(약 40만원)까지 든다. 현재 배출권 가격이 t당 1만원 수준이므로 CCS를 해야 할 하등의 유인 동기가 없다. 더군다나 CCS가 아닌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용(CCU)하는 수요는 CCS 수요의 1%도 안 된다.

    한편 역설적이게도 CCUS의 최대의 적은 낮아지는 재생에너지 가격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글로벌 재생에너지 균등화발전단가(LCOE)는 태양광 43달러/㎿h, 육상풍력 34달러/㎿h, 해상풍력 79달러/㎿h 수준이다. 국내의 균등화발전단가도 장기적으로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가정하면 재생에너지 대비 화력발전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화력발전 용량이 줄어들면 발전 부문은 CCUS를 설치할 이유도 덩달아 없어진다.

    두 번째 희망고문은 SMR이다. SMR은 전 세계적으로 80여개의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높다고 하지만 오랜 기간 경쟁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검증된 데이터나 상용화된 SMR은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안정성이 검증되고 기술적으로 성공을 하더라도 경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SMR은 1400㎿급 국내 대형 원전에 비해 설비 용량이 100㎿ 수준에 불과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요원하다. 건설단가도 문제지만 치명적인 문제는 운영 비용이다. 한 전문가의 발표에 의하면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인건비” 문제이다. 국산 최신 원전인 APR1400 1기 운영에 현장 인원만 187명이 투입된다. 인당 인건비성 경비가 연간 2억원으로 원자력 1기 운영에 연 378억원이 필요하다. APR1400 1기의 연간 수입은 가동률 90%, 전력판매단가 ㎾h당 60원으로 가정할 때 6623억원,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6% 수준인데, 같은 조건을 SMR 1기에 적용할 경우 인건비 비중이 80%가 되고, 이 비중을 10% 이내로 하려면 24명이 운영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SMR 개발사 뉴스케일은 자연순환 냉각 기술을 도입해 기존 대형 원전 1기를 관리하는 동일한 수의 인원이 뉴스케일 원자로 12기를 관리할 수 있음을 시뮬레이터 환경을 통해 규제기관에 성공적으로 증명했다고도 한다. 다만 이럴 바에는 SMR이 아닌 대형 원전 1기를 추가 도입하는 게 국내 환경에 여러모로 알맞다.

    세 번째 희망고문은 HRI이다. 철강을 생산할 때 철광석(Fe₂O₃)에 함유된 산소(O)를 분리시키는 환원제로 코크스(C)가 사용되므로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한다. HRI는 코크스 대신에 수소(H₂)를 사용하는 공법이다.

    그런데 진정한 탄소 감축을 위해선 이 수소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그린수소(혹은 원전 전기 기반의 핑크수소)여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해 경제성 있는 산업용 그린수소는 15~20년 뒤에도 물량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시간이 해결’ 믿고 다른 대응 소홀

    또 하나의 문제점은 철광석을 환원제와 반응시키는 용광로 안의 온도가 1600도가량을 유지해야 하는데, 수소가 환원제로 사용될 경우 산소와 수소가 결합해 물(H₂O)이 발생하며 흡열반응이 일어나기에 수소의 온도를 높이는 에너지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린수소를 어찌저찌 수입하더라도 원가가 기존 코크스 공법보다 50% 이상 높아지므로 경제성 확보가 불가능하다. HRI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파일럿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또 철강산업 불황, 서구권에서의 기후의제 동력 하락 등의 이유로 대부분의 철강사가 당초 일정을 지연시키거나 일부는 기술 개발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61%를 감축해야 하는데, 이렇듯 가장 핵심적인 수단 3가지가 희망고문으로 다가오고 있다. 시간이 지나 기술이 발전하면 경제성이 확보될 거라고 막연히 믿고 다른 방면의 대응에 소홀히 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향신문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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