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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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보다 더 긴 분량의 비공개 버전이 존재한다고 미 국방전문매체 디펜스원이 10일 보도했다. 여기에는 미국·중국·러시아·인도·일본 등 인구 1억 이상 강대국으로 구성된 핵심 5개국(C5) 협의체 창설과 헝가리·폴란드 등의 유럽연합(EU) 탈퇴 유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NSS는 단 하나뿐으로 비공개 버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공개 버전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와 고립·거래주의를 실현할 구체적 이행방안이 좀 더 자세히 담겨 있다. 디펜스원은 공개 버전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끝없는 확장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친 반면, 비공개 버전은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구체적 계획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비공개 버전은 유럽이 이민과 표현의 자유 검열 때문에 “문명적 소멸”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미국과 ‘같은 생각을 가진’ 우파 성향의 국가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특히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는 미국이 “EU에서 떼어내기 위해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나라들”로 적시됐다. 또 NSS는 “우리는 유럽의 전통 생활양식 보전·복원을 지향하며, 동시에 친미적 입장을 유지하는 정당·지식인 및 문화인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눈에 띄는 내용은 C5 창설 제안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여름,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에서 축출한 것은 매우 큰 실수이며, 중국을 포함해 G9을 만들고 싶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디펜스원에 따르면 비공개 버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민주국가로 제한되지 않는 새로운 ‘주요 강대국 협의체’ 를 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 등 인구 1억명 이상 국가들로 구성된 C5를 창설해 G7처럼 정기적으로 정상회의를 열자는 제안이다. C5의 첫 의제로 중동 안보, 특히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다루자는 구체적 계획까지 세워놨다.
지난 10월 30일 부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
디펜스원은 또 비공개 버전에는 공개 버전에선 나오지 않는 ‘미국 패권의 실패’가 상당한 분량으로 다뤄졌다고 전했다. “패권은 추구할만한 목표가 아니었으며, 달성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논리를 바탕으로 유럽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는 한편, 베네수엘라 등 서반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공개 버전은 “그렇다고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리더십을 대체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며 ‘지역 챔피언’(regional champion)과 협력해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우리의 원칙과 전략에 대체로 부합하는 지역 정부·정당·정치 운동을 보상하고 장려할 것”이라며, “다만 관점이 다르더라도 우리와 이해를 공유하고 협력 의지가 있는 정부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백악관은 디펜스원 보도에 대해 “온라인에 공개된 것 외에 다른 버전의 NSS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안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비공개 버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투명하며, 자신의 원칙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지시하는 단 하나의 NSS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른바 ‘다른 버전’들은 대통령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유출한 것으로 자신들이 뭘 말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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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article/202512071330001#ENT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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