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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5 (월)

    [사설] 정치인·기업에 무기 쥐여준 ‘정보통신망법’ 재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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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지난 1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과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과 간사인 김현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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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많은 우려를 낳는다. 개정안의 핵심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기업 등 권력자의 ‘입틀막 소송’에 악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연내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대로 확정되면 언론 자유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언론사 등이 불법 및 허위조작 정보를 고의로 유통할 경우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당은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징벌적 손배 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디까지를 허위·조작으로 볼 것인지 그 개념이 모호하고 범위가 너무 넓다는 데 있다.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로서,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며, 이 사실을 알면서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생산·선별된 정보라는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 허위 보도의 ‘악의’를 판단하는 기준도 마찬가지다.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에 따라 손배 규모가 결정되는데, 전적으로 재판부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윤석열 정부 시절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을 제기한 기사들도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배액 배상 청구가 가능하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치인, 고위 공직자, 재벌 총수, 대기업 임원 등 힘 있는 자들이 이 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사실이다. 권력자들은 지금도 ‘입막음’ 목적으로 소송을 남발하는데, 징벌적 손배 제도가 도입되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언론계와 시민단체들은 권력자를 징벌적 손배 청구 권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에 관한 특칙’에 따라 법원이 소송을 조기에 각하할 수 있게 하고, 언론에 ‘입증 책임의 전환’ 조항을 삭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소송이 ‘언론 입막음용’인지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소송 과정에서 제보자 신분이 노출될 수도 있어 취재원 보호나 공익제보가 위축될 수 있다. 지금 특검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도, 김씨가 초기에 전략적 봉쇄 소송을 했다면 언론 보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검찰 등 권력기관을 동원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탄압했다. 언론의 견제와 감시 없는 불통 정치를 추구하다가 임기를 못 채우고 탄핵됐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민주당은 입법 속도전을 중단하고 숙의와 토론을 통해 제대로 된 법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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