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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사설] 고삐 풀린 대학 등록금 인상, 교육 질 제고와 함께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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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 구성원들이 지난 1월 22일 등록금 인상 논의가 이뤄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 장소인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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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대학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는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사립대 재정 악화와 교육투자 확대 필요성을 고려해 2027년부터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인상을 억제해왔다.

    등록금 인상률 상한과 국가장학금에 연계한 등록금 동결 유도는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후 10여 년간 투자 여력이 줄면서 대학들은 우수 교수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고 “강의실 책상과 의자도 바꾸지 못한다”고 호소할 정도의 재정난을 겪었다. 올해 들어 4년제 대학 80%가 국가장학금 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인상했을 정도로 규제 실효성도 떨어졌다. 정부의 이번 규제 철폐 조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정부는 직전 3개년도 평균 물가상승률의 1.2배로 등록금 인상의 상한선을 그었는데 ,이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 간신히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의 처지도 고려한 것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는 시그널을 주면서 학생 1명당 연간 평균 710만 원(사립대 800만 원, 올해 1학기 기준)인 등록금 인상 러시는 예고돼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도 등록금이 가계에 큰 부담을 주지만, 이에 비해 대학 교육의 질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서울 한 사립 명문대의 경우 2020년 75개였던 200명 이상 대형강의가 지난해 104개로 1.4배로 증가했고, 2023년 34개였던 원격강의는 올해 321개로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대형강의와 원격강의가 늘어나면 강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만 바라봤던 대학들은 규제가 사라진 만큼 등록금 인상에 걸맞게 교육 환경 개선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또 적립금 사용처 공개 등 재정의 투명성 확보도 이뤄져야 한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을 정도로 대학 교육이 보편 교육이 된 만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60% 수준에 불과한 우리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위한 정부의 투자가 이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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