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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반가운 두루미의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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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새벽 동이 트는 철원 평야의 하늘에서 두루미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어둠 속을 가르며 날고 있다. 철원=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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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동이 트기 전, 철원 평야의 하늘에서는 빛보다 먼저 소리가 깨어난다. “뚜루루~ 뚜루루.” 우아한 날개를 펼친 두루미들이 밤을 보낸 토교저수지와 인근 학지를 떠나 먹이를 찾아 평야로 향하는 순간이다. 어둠 속을 가르며 날아오는 그 울음소리는 긴 겨울을 앞둔 철원의 새벽을 깨운다. 아직 햇살이 닿지 않은 논과 강 위로 울음은 낮고 길게 번진다. 고요했던 평야는 그 소리 하나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밤과 낮의 경계에서, 두루미들은 가장 먼저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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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동이 트는 철원 평야의 하늘에서는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아 어둠 속을 가르며 날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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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원은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두루미들이 남쪽으로 향하기 전 잠시 머무는 쉼터다. 해마다 10월이면 익숙하게 반복되던 풍경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10월에 내린 폭우로 추수가 늦어지며 논에 떨어진 벼 이삭에서 싹이 텄고, 두루미들의 주요 먹이인 낱알은 크게 줄었다. 그들은 오래 머무르지 못한 채 예년보다 일찍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 연유로 올해는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평야에는 드문드문 몇 마리만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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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두루미 한 쌍이 이른 새벽 동이 트면서 붉게 물든 철원 평야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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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자체와 농민들이 이어가고 있는 먹이 주기 활동이다. 한탄강 변에는 뿌려진 먹이를 먹기 위해 두루미와 재두루미들이 모여들었고, 장엄한 울음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득 채웠다. 부디 이곳에서 잘 먹고 무사히 날아가, 내년에도 다시 이 평야에서 만나기를 긴 겨울을 앞둔 철원의 새벽, 사람은 말없이 두루미의 날개를 오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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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동이 트는 철원 평야의 하늘에서는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아 어둠 속을 가르며 날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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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내리는 철원 평야에서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아 눈을 가르며 날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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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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