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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자주국방에 핵잠은 필수, 원자력 주권 확보 길 터줄 것" [김광수의 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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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핵추진 잠수함 시대를 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인터뷰
    "핵잠은 동북아 충돌 위험 낮춰
    안보 위협 대응할 최소한의 전력
    자주국방 핵심... 한미 모두에 중요
    농축·재처리 협상력 높일 지렛대
    방어 조치인데 중국 왜 시비 거나"


    한국일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연구실에서 '핵추진 잠수함 시대'를 주제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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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나 다름없던 핵추진 잠수함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화답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15일 “북한 위협에 맞서는 한국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도 핵잠이 필요하다”면서 “비효율적이거나 우리가 감당 못할 과도한 전력이 아니라 동북아 안보환경과 군비경쟁에 대응할 최소한의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핵잠은 핵무기가 아니고,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자주국방의 핵심이자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 부소장은 “핵잠은 그보다 먼저 가야 할 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핵잠부터 도입해야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진다”며 “그래야 원자력 주권을 위한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의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정 부소장은 2022년 창설한 한국핵안보전략포럼을 주도하며 핵자강을 목표로 국내외 전문가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한국일보

    용어설명. 핵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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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국가별 핵추진 잠수함 보유 현황. 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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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가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 하지만 장소는 빠졌다. 문제가 없나.

    “한미 정상회담 합의를 담은 팩트시트를 보면 ‘ROK to build’, 즉 핵잠 건조 주체가 대한민국이다. 또한 ‘미국은 연료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한다’고 적시했다. 미 조선소에서 잠수함을 만든다면 연료조달을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 건조하니까 연료조달 협력을 명시한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콕 집었는데.

    “팩트시트는 공식 외교문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은 정치적 레토릭일 뿐이다. 다만 트럼프는 미국 조선업의 대대적 부활(Big Comeback)을 강조했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길 바라고 있다. 향후 논의할 주제다. 미국의 선박 제조능력은 중국과 비교해 233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는 세계 2위다. 그래서 한미 양국에서 동시에 건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

    핵추진 잠수함과 재래식 잠수함 구조. 박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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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핵추진 잠수함 원자로. 박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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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결정이 파격이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협력 방식은 미국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동맹이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한국 디젤 잠수함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핵잠은 서해, 동중국해, 동해에서 중국 전략핵잠수함(SSBN)을 감시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된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꼭 들어맞는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고려도 반영됐다. 트럼프는 복잡한 규범이나 관료적 절차보다 ‘필요하면 결단하는’ 스타일이다. 그간 주저해온 핵잠을 트럼프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승인했다.”

    -이 대통령이 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중국 위협’을 언급한 의도는.

    “북한 위협에 더해 중국의 해양력 팽창을 거론해 미국에 확실한 명분을 줬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가 가장 중시하는 동맹의 분담 공유와 중국 견제를 이유로 분명히 밝혔다.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의 안보전략이 보다 주체적이고 공세적인 단계로 진입했다는 상징적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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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추진 잠수함과 디젤 잠수함 비교.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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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핵잠수함이 왜 필요한가.

    “북한이 핵잠수함 개발을 공식화했다. 실제 배치하면 수개월 물속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반면 우리 디젤 잠수함은 배터리를 충전하러 수시로 물 밖에 나와야 한다. ‘추적 포기’나 다름없다. 또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발사징후 포착이 극히 어렵다. 지상 미사일에 대응한 기존 억지 전략으로는 역부족이다. 핵잠으로 수중에서 추적해 차단해야 한다. 은밀하게 접근해 유사시 대북 보복작전에 나설 수도 있다. 그래야 북한의 오판을 줄이고 도발비용을 높여 전쟁 위험을 낮춘다. ‘핵잠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그만하자. 이제 ‘한국이 어떻게 핵잠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확보할 것인가’를 물을 때다.”

    -핵잠은 비싸고 우리에게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한 척 건조에 3조 원, 30년 생애주기비용은 7조~10조 원으로 추산된다. 10년간 만들면 매년 3,000억 원 정도 든다. 돈이 외국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국내 소비와 일자리 창출에 쓰인다. 그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은 국산 잠수함의 경쟁력을 높인다. 핵잠은 디젤 잠수함 4, 5척을 대체하는 전략자산이다. 한반도 전 해역에서 단독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단순 가격비교는 의미 없다. 비용 이상의 가치를 지닌 ‘전략적 전력승수’로 봐야 한다. 한국은 원전 운영과 원자로 안전규제가 세계 최고수준이다. 핵잠 운영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이 충분하다. 관리부담이 커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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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국의 잠수함 보유 현황. 박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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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가 오케이했다. 이후 절차는.

    “한국은 이미 핵잠 개발 관련 핵심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외교와 연료다. 미국 이익에 기여하고 한국이 비확산 규범을 충실히 준수한다는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군사용 핵연료를 직접 생산할 수 없지만 미국과 특별협정을 체결하면 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 규정에 따른 ‘특별안전조치 협정’도 필요하다. 호주는 해냈다. 우리도 못 할 게 없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 확보가 절실하다. 핵잠보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먼저 아닌가.

    “핵잠용 고농축 또는 중·저농축 우라늄 기반 연료는 NPT와 IAEA가 각별히 관리한다. 상업용 원전의 농축·재처리와는 규제가 완전히 다르다. 농축·재처리 권한이 있어야 핵잠이 가능한 게 아니다. 핵잠 연료는 별도 절차에 따라 공급받을 수 있다. 한국이 핵잠을 운용해 미국의 안보요구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래야 협정 개정을 통해 원자력 주권을 확보하려는 한국의 요구를 미국이 훨씬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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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정부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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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국방을 위한 핵잠의 역할은.

    “자주국방의 핵심은 독자적 억지력 확보다. 핵잠만큼 이에 부합하는 전력은 없다. 적의 위협을 스스로 감시하고 공격에 대응한다. 핵잠은 생존성이 가장 뛰어나 안보의 최후 보루이자 전쟁 지속능력을 보장하는 안전판으로 불린다. 핵심산업 기여도를 감안하면 무기를 넘어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총체적으로 높일 전략적 연구개발(R&D) 프로젝트다. 그래서 핵잠은 자주국방의 출발점으로 적절하다.”

    -중국이 반대한다. 동북아 군비경쟁도 우려하는데.

    “북한과 중국을 포함해 한반도 주변국이 촉발한 군비경쟁이 한창이다. 핵잠은 한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방어적 조치일 뿐이다. 최소한의 방파제나 다름없다. 핵잠의 위력을 감안하면 상대가 섣불리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무력충돌 위험을 낮춰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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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임지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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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10년 넘게 사드 배치를 물고 늘어졌다.

    “사드와 핵잠은 다르다. 사드는 주한미군 무기다. 한국이 미국에서 구입해 배치한 장비가 아니다. 미국의 선의에 의존해야 한다. 그와 달리 핵잠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시비 걸 게 없다.”

    -글로벌 비확산에 부담이 되지는 않나.

    “NPT 조문 어디에도 잠수함 추진용 원자로를 직접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제도 안에서 합법적으로 운영하면 된다. 한국은 핵잠 연료를 해외에서 공급받을 것이다. 핵물질 자체 생산과 다르다. 핵 확산 위험이 없다. 동북아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핵잠 도입에 실패할 경우 초래할 안보공백이 더 문제다. 한국의 새 전략무기는 비확산과 국가생존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현명한 여정이다.”
    ◆정성장은 누구
    경희대 정외과, 프랑스 파리 낭테르대(정치학 석·박사)를 나왔다.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북한연구센터장, 동아시아협력센터장, 한반도전략센터장을 거쳐 현재 부소장을 맡고 있다. 청와대, 통일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지냈다. ‘우리가 모르는 김정은’을 비롯한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을 통해 북한 세습체제의 실상과 전략을 파헤치며 외교안보분야 전문가그룹과 대중에 통찰력을 제시해왔다. 80여 명의 핵공학자, 전직 외교관, 예비역 장성 등이 참여한 민간 학술단체 한국핵안보전략포럼을 3년 넘게 이끌면서 보다 현실적인 핵자강 담론을 발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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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이 대통령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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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수 논설위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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