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답지 않아 의심받는 윤수
모은도 알고 보면 낙인 고통받아
"진범 알고 다시 봐도 섬뜩할 것"
넷플릭스 드라마 '자백의 대가'에서 남편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안윤수(전도연)가 결백을 호소하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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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처음 발견해 신고한 아내 안윤수(전도연)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윤수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확신에 찬 담당 검사는 그를 기소하고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다. 머리를 찧으며 절망하다 교도소 징벌방에 갇힌 윤수. 벽 너머로 모은(김고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 나가고 싶죠? 언니 남편 내가 죽였다고 자백할게요. 언니는 내가 못 죽인 사람 죽여줘요.”
5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자백의 대가’는 두 여성의 위험한 거래를 따라가는 범죄 스릴러다. 윤수 남편을 죽인 진범을 찾는 과정과 베일에 싸여 있던 모은의 이야기가 12부에 걸쳐 그려진다. 이제는 경지에 오른 듯한 전도연과 김고은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지면서 작품은 공개 사흘 만에 넷플릭스 시리즈(비영어) 부문 글로벌 2위로 직행했다. 자백의 대가를 연출한 이정효 감독과 두 주연 배우를 지난 10, 12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났다.
드라마 '자백의 대가'에서 윤수가 남편 살해 현장 검증에 응하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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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대한 이야기”라는 감독의 소개처럼 자백의 대가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확증편향의 무서움에 대해 연신 경고음을 울린다. 화려한 옷차림에 수사물을 즐겨보고 웃음이 많은 윤수의 ‘미망인답지 않은 모습’은 형사들과 백동훈 검사(박해수)의 의심을 산다. 남편이 살해된 현장에서 태연히 담배를 피운다거나, 유품을 중고 거래로 내놓는 윤수의 행동을 보며 시청자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이 감독은 “범인을 계속 모호하게 가져가 장르적 재미를 살리려 했다”면서 “무엇보다 편견이 씌워지고 교차하고 발전해 평범한 사람을 옥죄고 망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수의 절박함을 이용하려 ‘거짓 자백’을 제안하는 모은의 비극도 사회적 낙인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성범죄 피해자였지만 원조교제 하는 여고생으로 몰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동생의 복수로 살인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법정에서도 취조실에서도 태연한 모은은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는데 이 또한 편견일 수 있다. 김고은은 “모은을 사이코패스라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았다”며 “가족을 지키기 못했다는 자기혐오에 빠진 데다, 아무리 공격하고 압박해도 더는 잃을 게 없는 상황이라 무서워 보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자백의 대가'에서 윤수와 거짓 자백을 거래한 모은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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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극적인 전개를 기대한 시청자 사이에선 내용이 복잡하고 진범의 살해 동기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럼에도 시청을 끝까지 관둘 수 없게 하는 건 배우들의 호연이다. 전도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윤수의 내면 결핍까지 섬세하게 표현했고, 김고은은 감정에 과부하가 걸리다 못해 터져 고장 난 모은의 전사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2015) 이후 10년 만에 작품에서 재회한 두 배우는 연신 서로를 치켜세웠다. 전도연은 “감정이 거세당한 캐릭터를 끝까지 관철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기에 (고은의 연기가) 감동적이었다”고 했고, 김고은은 “도연 선배는 배우라는 꿈을 갖게 해준, 제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분”이라며 몸을 낮췄다.
자백의 대가라는 제목은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강력한 증거로 여겨지는 ‘자백’이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진실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면서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윤수와 모은은 교묘한 자백의 대가(大家)이면서 동시에 자백으로 인한 대가(代價)를 받는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 언제 어디서든 다시 돌려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작품인 만큼 N회 차 시청 꿀팁도 귀띔했다. “두 번째는 진범의 말과 행동에 집중해서 보면 섬뜩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김보현 인턴 기자 kimbh3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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